지난 3월 22일, 서울 명동 YWCA 회관에서 제 14회 정기총회를 개최했습니다. 봄이 기지개 켜는 이맘때면 현장에서 분주했던 활동가들도 잠시 숨을 가다듬고,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녹색의 친구들을 기다리게 됩니다. 지난 한 해를 함께 되짚어보고, 올해 활동을 결정하는 자리기도 하지만, 믿음의 ‘연결’ 속에서 단단해지는 우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정기총회 표제는 <녹색으로 연결된 우리는 단단합니다>로 정했습니다. 딱딱한 바위와 같은 단일함이기보다, 흔들리는 갈대들이 뭉치고, 연결되어 혼란스러운 시국 속에서도 녹색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함입니다.




총회 사전행사로는 ‘녹색연합이 함께 만들 전환사회’에 대한 전시와 조현철 공동대표의 기조강연, 그리고 위기를 넘어, 우리가 함께 만들고자하는 사회를 그려보는 ‘녹색광장 와글와글’을 준비했습니다. 강연은 최근 출간된 조현철 공동대표의 책 <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의 주제를 토대로 진행 되었는데,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개인의 변화에서부터 세계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 문제되고 있는 세상의 일부이고, 그것을 자각하고 ‘회심’하는 것에서부터 연결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정의로운 전환, 생물다양성, 탈플라스틱, 탈성장 등을 주제로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아, 각자 키워드가 되는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으로 연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회원님을 보니까 봄이 왔음을 알겠습니다.”
의장을 맡은 우경선 상임대표의 인사입니다. 총회 자리는 예산심의와 사업계획 승인을 다루는 만큼 자칫 딱딱할 수 있지만, 이날은 시작 전 100여 명에 가까운 참석자들이 잠시 얼굴을 마주보며, 서로의 봄을 확인했습니다. 59명의 대의원이 참여한 이번 총회에서는 2025년 사업계획 승인 외에도 정규석 사무처장의 연임이 결정되었는데요. 새로운 임기를 맞아 제시한 전략과제에서 쇄신의 의지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파편화된 사회 운동에서 벗어나, 전환의 고리를 만들기 위한 국제연대 확대 및 정책팀 운영, 시민교육에서 시민과학으로 나아가 제도개선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시민참여형 운동모델 개발, 그리고 전국 녹색연합 조직의 유기적인 통합성을 강조한 것이 그렇습니다.


또한 이번 총회에서는 8년 동안 공동대표와 상임대표를 맡으며, 오랜 시민 사회 경험과 따뜻한 리더십으로 구심점이 되어주셨던 윤정숙 전 대표의 임기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새로운 공동대표로는 생태전환 중심의 학술, 교육, 문화활동을 꾸준히 펼쳐온 한윤정 한신대 생태문명원 대표가 맡아주셨어요. 오랫동안 기자로서 현상을 관찰하고 전달하는 일을 해왔기에, 녹색연합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사회 전환기에 녹색연합이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말씀에서 호소력이 느껴졌습니다. 아울러 4년 동안 본부 사무처 사업 감사로서 공정과 건강성을 더해주신 박근용 전 감사의 임기 역시 마무리 되었고, 박서진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가 사업 감사를 맡아주셨습니다.

다음으로 시상식을 진행했습니다. 녹색연합에서는 지난 한해 동안 녹색 세상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분들에게 ‘아름다운 지구인상’을 드리는데요. 이번에는 디자인과 캠페인 기획으로 환경의제를 알리는 연결고리가 되어주신 김보은님, 야생 동물전문가로서 산양, 단비 보호에 협력해주신 우동걸님, 환경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함께해주신 임기웅님이 수상자로 참여해 소감을 나눠주셨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녹색교육센터에서 다양한 시민참여활동을 이끌어주신 고대현, 박신영님 그리고 산림복원전문가로서 협력해주신 허태임님은 영상으로 따뜻한 소감을 전달해주셨어요. 마지막 시상으로는 15년 이상 녹색연합을 후원해주신 ‘평생 길동무’ 회원을 대표하여 나오신 김태수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정기 총회를 마무리한 뒤에는 윤정숙 전 대표와 윤소영 협동사무처장에 대한 평생활동가 임명식이 이어졌습니다. 비록 이제 녹색연합에서 더이상 공식적인 직책을 맡지 않지만, ‘평생활동가’로서 앞으로도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한 자리입니다. 이날 소감으로 윤정숙 전 대표는 녹색연합과의 잊을 수 없는 만남을 들려주셨습니다. 처음 대표직을 맡고나서 성북동의 허름한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지구별에서 만난 참 좋은 인연 녹색연합’이라는 글귀가 가슴을 울리셨다고 합니다. 이런 언어를 쓸 수 있는 녹색연합이 너무 좋았고, 자식 자랑하듯 ‘녹색 팔불출’이 되셨다고요. 한 개인도 조직도 운동도 완벽할 수 없기에,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며, 미소와 빛나는 점을 먼저 찾아내고, 서로 사랑하면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씀이 큰 격려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이날 총회의 사회자였던 윤소영 협동사무처장 역시 18년 동안 활동가로 지냈던 시간을 소회했는데요. 이제 다시 회원으로 돌아가서 다른 역할로 녹색연합과 함께 하겠다는 뭉클한 다짐이 정기총회장의 분위기를 훈훈하게 데워주었습니다.

바로 여기, 홀로 서 있을 땐 흔들리지만, 함께 연결되었을 때 더 유연하고 단단할 수 있는 갈대군락이 보이시나요? 총회를 마친 뒤에는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탄핵 집회에 활동가와 회원이 함께 어우러져 참여했습니다. 혼란스러운 시국이지만, 돌이켜보면 녹색의 가치를 실현하기에 녹록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회원과 활동가의 연결, 그리고 총회에서 광장으로 연결되면서, 미국의 교육학자 파커 J.파머가 흑인 인권운동가 로자 파크스를 두고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백인의 요구를 거절했던 “로자 파크스 한 사람이 나오기 위해선 하나의 마을 공동체가 필요하다.”였는데요. 이 말이 제게는 녹색연합이 30년 동안 한 사회에서 자리잡기까지 손을 뻗어주셨던 시민들의 보살핌과 연대로 치환되기도 했습니다. 그 마음 잊지 않고, 녹색을 필요로하는 현장을 단단하게 지켜나가겠습니다.
정리 : 박상욱 그린프로젝트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