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이 가능하기 위해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을 읽고
책에서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을 경제적 관점에서 풀어내지만 둘이 만나는 지점은 매우 다양합니다. 하나의 예로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 1주기 대응과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대응하기 위해, 반핵발전소 운동에 집중했던 환경운동가들과 반핵무기 운동에 집중했던 평화운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준비하고 진행하였습니다. 반핵운동처럼 특수한 운동 분야로 교차점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사실 생명의 가치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는 관점에서 보면 둘은 교차하는 것이 아니라 일치합니다. 어디 평화와 에콜로지만 교차점이 있겠습니까? 에콜로지와 노동, 에콜로지와 인권, 에콜로지와 복지, 노동과 인권, 노동과 민주주의 등등.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분야가 서로 교차합니다. 오히려 평행을 달리는 것을 만나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런데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을 경제로 보는 것은 사실상 한 단면이며, 현상에 집중한 것은 아닐까요? 오히려 교차점의 본질에는 더글러스 러미스가 후기에 썼듯 밑빠진 독과 같은 인간의 탐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에 대한 탐욕, 물질에 대한 탐욕, 명예에 대한 탐욕 등등. 단순한 욕심을 넘어 모든 것을, 더 많은 것을 내 손에 넣겠다는 탐욕이 빚어낸 상처를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만납니다. 물질에 대한 탐욕, 더 많은 부를 내 손에 넣겠다는 탐욕이 지구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거리로 사람을 내몰며, 쌍용자동차 22명의 희생자를 내오고 만 것입니다. 더 많은 권력을 내 손에 넣고, 그것을 유지하고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하며, 민간인을 사찰하고,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꼭두각시 사장을 언론사에 앉혀 100일이 넘는 방송사 파업을 불러오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권력을 획득하고자 말도 되지 않은 사업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합니다. 새만금간척사업과 4대강(대운하) 사업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탐욕을 지워내는 것.
그 것이 평화, 에콜로지, 노동, 인권, 민주주의 등 우리가 직면한 모든 사회 운동이 직면한 과제가 아닐까요?
탐욕이 빚어낸 악순환을 끊어버리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 내 마음의 탐욕을 없애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알게 모르게 내가 다른 사람의 탐욕을 정당화하고 그것을 확대하는 것에 복무하도록, 사회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탐욕을 확대 재생산해 내는 고리를 끊는 일이 절실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탐욕의 고리는 교묘히 감춰져 있고, 우리는 이미 이 사회 시스템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며, 가능한 부분부터 변화의 씨앗을 싹틔워야 합니다.
돈으로 폐를 지우는 것을 당연시 여기지 말아야 하며, 돈이 아닌 방법으로 내가 사회의 경제시스템, 생산시스템과 관계 맺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공생을 위한 사회 시스템이 더 잘 작동하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경제적 이윤이 내 행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가치 등 다양한 가치들이 내 행위를 결정하도록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개개인들의 선택이 모인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물줄기가 되고, 도랑이 되고, 개울이 되고, 강물이 되어, 현재의 사회 시스템을 잠기게 하며, 새로운 시스템을 잉태하는 바다로 나아갈 것입니다.
너무 거창한가요?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해 나간다면, 멀지않은 미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꼭 그리 변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습니다. 함께 싸목싸목 걸어가 볼까요?
“근대 사회에 대한 비판은 아주 중요하고 또 정곡을 찌르고 있고, 저 자신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거기에는 아주 큰 함정도 있어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노고와 노력을 이해하고, 그 위엄을 인정하면서 논의할 수 있는 형태로 어떻게 비판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미국은 세계제일의 GNP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GNP 중에는 담배나 술이나 약, 이혼이나 교통사고나 범죄나 환경오염이나 환경파괴에 관련된 일체가 포함되어 있다. 전쟁에서 사용되는 나팜탄도 핵탄두도. 경찰의 장갑차도 소총도 나이프도, 아이들에게 장남감을 팔기 위해 폭력을 예찬하는 텔레비전 방송도”라고 말한 뒤, 다시 케네디는 GDP에 반영되지 않는 것의 예를 나열해 갑니다. “아이들의 건강, 교육의 질, 놀이의 즐거움은 GNP에 포함되지 않는다. 시의 아름다움도, 시민의 지혜도, 용기도, 성실함도, 자비로움도…” 그리고 그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요컨대 이런 말이다. 국가의 부를 측정한다는 GNP에는, 우리 삶에서 진정한 가치가 모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