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어요]농사가 주는 선물, ‘함께 더불어 함’의 힘 “아파트 옆 작은 논”

2013.09.06 | 행사/교육/공지

아파트 옆 작은 논농사가 주는 선물, ‘함께 더불어 함’의 힘 “아파트 옆 작은 논”

(김남중 글 / 김병하 그림 / 박광래 감수 / 140쪽 / 1만1천 원 / 창비)

어렸을 때, 여름 방학이 되면 나는 언제나 함평 외갓집으로 보름씩 한 달씩 놀러가곤 했었다. 외갓집으로 가는 길엔 항상 푸르고 푸른 벼들이 있었고, 불어오는 바람에 끝도 없이 흔들리는 그 푸른 벼들의 냄새에 늘 황홀함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그 황홀함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자 내게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만한 여유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난해까지도 그 정경과 냄새에서 멀어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다시 그 푸른 벼들을 만났다. 대도시 광주에서, 그것도 아파트들이 모여 있는 곳 바로 옆, 작은 논의 벼들이었다.

이 책은 내가 만난 그 작은 논의 이야기이다. 한새봉이라는 마을 뒷산 한자락에 있는 개구리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자연을 곁에 두고도 지나쳤던 사람들, 자연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들, 혹은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함께 하고 싶지만 머뭇거리는 사람들 모두의 마음이 담겨있다.

나도 지난해에 비로소 이 한새봉 두레의 일원이 되어 1년 벼농사를 함께 했었다. 처음 논바닥을 밟았을 때는 낯설고 두려운 느낌이 들었지만 모를 심고 벼를 베기까지 쌓인 시간들은 내가 느낄 수 있는 세상 모든 종류의 따뜻함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함께 하는 사람들 또한 얼굴에 선함이 가득해, 이것이 농사가 주는 ‘함께 더불어 함’의 선물인 것도 같았다.

최근엔 이 개구리논이 있는 한새봉을 관통하는 도로가 생긴다고 하여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에 먹구름이 조금 끼어 있다. 언제까지 사람의 편리만을 위해 뭇 생명들을 해치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오늘도 개구리논의 이야기가 실린 이 이야기책을 다시금 들여다본다. 그 사람들이(도로를 놓겠다고 벼르고 있는 사람들) 책을 읽는다면,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푸른 희망을 잃지 않은 채로.

글 : 광주전남녹색연합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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