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어요]가슴이 찌릿한 작은 처방전 “주말엔 숲으로”

2013.09.06 | 행사/교육/공지

주말엔숲으로가슴이 찌릿한 작은 처방전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그리고 씀, 박정임 옮김 163쪽 / 1만 1천 5백 원 / 이봄)

붉으락푸르락. 오늘아침 내 낯빛이다.

내 존재가 업신여김 당했다. 미움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격한 무엇인가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당신, 날 잘못 건드렸어.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제법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게다가 사회생활 좀 해봤다는 자존심 강한 삼십대 중반의 싱글 여성이지. 까다로움의 3종 세트를 차고도 넘치게 갖췄다고. 이 실수를 언젠가 꼭 사과하게 만들겠어.

표정으로는 비장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스스로 부끄러움에 괴로웠다. 나는 정말 능력있는 활동가가 될 가능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일까? 나는 어느 누구와도 관계를 현명하게 유지하면서 함께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나와 같은 부글부글과 붉으락푸르락 증상으로 맘고생하고 있는 분들에게 작은 처방전으로 <주말엔 숲으로>만화를 추천한다.

세 여자가 주말마다 숲에서 얻는 단순한 깨달음을 장황하게 풀어내지 않고 단순명쾌하게,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소박하게, 맘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게 풀어놓았다. 공감과 힐링에 관한 만화인 것이다.

만화라 쉽게 읽히지만 짧은 몇 마디 말에 가슴이 찌릿찌릿해지기도 한다. 세 여자가 걷는 숲이 우리집 뒷산 같고, 숲 속 곤줄박이 소리가 집 앞 마당에서 들릴 것 같다. 그이들의 고민이 어쩜 내 맘 같지 하며 손뼉을 칠지도 모를 일. 농사를 짓지 않는 시골살이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무슨 기술을 배워야 할까 고민에 빠질지도 모른다. 한 시간 남짓 만화를 읽고 나면 부글부글은 어느새 가라앉고 가슴이 찌릿찌릿 저려온다. 나는 여전히 많은 성찰과 노력을 하면서 더 너그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갖춰져있지 않아도 나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한결 맘이 너그러워졌다. 마치 따뜻한 주말 낮, 숲에 간 것처럼.

아! 남자보다는 여자, 그 중에서도 싱글인 사람이 읽으면 더 좋다.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할 경우 뜬금없이 시골로 가겠다 할 수 있으니 감당할 수 없다면 주의할 것! ^^

글 : 녹색연합 회원더하기팀 윤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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