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생태드로잉3강-그림의 비법, 빛과 그림자

2013.10.15 | 행사/교육/공지

실내 수업의 마지막 시간. 선 그리기와 형태 그리기를 마스터(?)하고 드디어 채색에 도전하는 날이다. 아직 눈 앞 사물을 도화지에 옮기는 것도 익숙치 않은데 채색이라니, 살짝 부담이 앞섰다. 하지만 “오늘 그림이 평생 그린 그림 중에 가장 잘 그린 그림이 될 것”이라고 황경택 선생님께서 호언장담 하신데는 비결이 있었다. 바로 빛과 그림자! 우리 인생사를 대변하는 이 반의어가 그림에 있어서도 훌륭한 열쇠말이 되었다.

◆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

오늘의 수업의 핵심은 명암이었다. 빛이 비추는 곳은 환하고 덜 비추는 곳은 어둡다. 말은 단순하지만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은 얼마나 힘든가. 이를 위해 전수받은 비장의 무기가 ‘명암 팔레트’였다. 명암 팔레트는 한마디로 밝고 어두움을 보여주는 긴 막대자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3cm 폭으로 긴 막대를 그리고 여덟 칸으로 나눈다. 각 칸 옆에 0부터 7까지 숫자를 붙인 후0번 칸은 공란으로, 1번 칸은 1~2mm 간격으로 사선을 채워넣는다. 둘째 칸부터는 각각 다른 각도로 선을 늘려가면 가장 밝은 칸부터 가장 어두운 칸까지 그라데이션된 막대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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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명암 팔레트를 만들 땐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전혀 감이 안왔다. 하지만 명암 팔레트 옆으로 구겨진 흰 종이를 그려보니 그 진가를 알 수 있었다.

외곽선을 그린 후 구겨진 종이의 가장 환한 부분은 명암 팔레트의 0번 밝기 즉, 그대로 놔두고 그 다음 부분은 1번, 가장 어두운 부분은 2번으로 빗금을 긋는다.

오호! 단지 3단계 명암으로만 표현했을 뿐인데 그림에 입체감이 생기면서 그럴 듯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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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팔레트는 석고 데생의 번거로움 없이도 손쉽게 그림을 즐길 수 있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황경택 선생님께서 직접 고안하셨다고 한다. ‘

학생들에겐 만들면서 미세하게 빛이 어둠으로 변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고

또 그림을 그릴 때는 나침반처럼 참고하며 그 미묘함을 실제 그림에 적용할 수 있는 이중 장치였다. 황선생님의 깊은 뜻에 선체험 후감동.

◆그림자를 아는 자, 그림을 정복할지어다.

DSCN1296물감을 쓰기에 앞서 채색의 기본 원칙을 배웠다. 색을 칠할 땐 밝은 색에서 어두운 색으로, 옅은 색에서 짙은 색으로, 큰 붓에서 작은 붓 순으로. 학교 때 들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에 날 듯했다. 그 다음엔 세심히 관찰해 색을 읽고, 내가 가진 물감에서 색을 찾고, 눈에 보이는 대상의 색을 물감을 섞어 만들어 칠하는 ‘채색의 3단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마음에 드는 색에 물의 양을 조금씩 늘려가며 스케치북에 농담효과를 실험해 본 후 드디어 본게임, 수채화 그리기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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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분에 떨어진 시든 꽃을 가져와 그려보았다. 외곽선을 따고, 마른 꽃잎에 나타난 갈색을 물감을 섞어 3단계로 색을 입혔다. 가장 밝은 부분의 색을 만들어 넓게 칠하고 그다음 어두운 부분, 가장 어두운 부분. 모두 칠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모든 임무를 완수했건만, 나의 꽃은 왜이리 생동감이 없는지. 부족한 실력을 탓해보고 초록색 낙엽으로 할 껄 그랬나 후회가 고개를 들 즈음, 선생님이 검정 물감을 묽게 풀어 그림자를 그려보라고 하셨다.

오, 유레카!

차이를 만드는 것은 그림자라더니 그림자의 힘은 강했다.

긴가민가하며 스윽 내그은 선에 밋밋하던 꽃가지가 그림 속에서 후욱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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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선 하나 있을 뿐인데 이렇게 달라지다니. 빈티지 달력이나 서양 도자기 속 그림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주변의 환성을 들으니 나만의 느낌은 아닌 듯하다. 정녕 내 평생 최고의 그림이었다.

나는 곧바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전송한 후 뿌듯한 마음으로 수업을 마쳤다.

집에 돌아오며 내내 머릿 속을 돌던 생각 하나.

“학교에선 이 재밌는 걸 왜 안 가르쳐줬지?”

<함께 나누는 한줄의 공감>

처음으로 그림에 색칠을 입힌날, 앞으로 현장수업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당! 아유! 재미있어라!

내 마음속의 푸르른 프레임. 첫 그림 너무 행복해요

고운 색을 칠하고 있으니 고운 마음씨가 자라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속지말자 그림자빨!

으하하하 뿌듯뿌듯~ 배째

색깔을 입힌 자연물. 이제 그림스러워졌다 zzz

채색 재밌어요. 부족한 그림실력을 조금 감춰주네요~

재미있었어요! 너무 못그렸어요!

으아~ 채색은 더 어렵고 고난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네요. 두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어요.
허리도 아프고 눈도 침침해요

시간이 흐를수록 신기합니다. 배움의 ‘힘’을 느낍니다.

너무 재미져요. 자연과 함께~ 선생님 고맙습니다

와~!! 오늘 채색하기 힘들었지만 너무나 재밌었어요 –상상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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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생태드로잉 수강생 엄현경님/ 사진-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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