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생태드로잉 후기
지난 4회처럼 이대정문에서 모였다. 제 시간에 모인 팀들은 지난 4회 때 마지막 수업을 했던, 이대에서 가장 큰 나무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햇살 가득한 10월 토요일의 이대, 관광객과 학생들로 가득한 초록의 교정 잔디언덕을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마음은 여느 관광지에 온 듯한 들뜬 느낌이었다.
이대에서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한 플라타너스 나무 앞에서 황선생님을 뵈었고, 나무에 대한 설명으로 수업은 시작되었다. 나무껍질이 벗겨져서 하얀 속살이 드러나 이름이 버즘이 핀 것 같다하여 버즘나무라는 것과,열매가 방울처럼 생겨 방울나무라는 것을 설명하시면서 나무 주변의 껍질을 주워오라 하셨다
모두들 마음에 드는 나무 껍질을 주워 둥글게 모인 후, 어떤 모양으로 생각하고 주웠는지 맞추는 놀이를 하게 하셨는데, 모두가 다 다양했다.
내가 주운 나무껍질로는 성화봉송 횟불을 연상했는데, ‘노을속의 해 ’라는 형이상학적인이미지를 연상하셨던 분이 기억에 남는다.
자연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생각과 세밀하게 자연을 관찰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이후에는 자연물을 더 주워서 사람얼굴을 만들었는데 모두들 기발하고 재미나게 얼굴을 만들었다. 나는 방울나무 방울을 풀어서 머리를 만들고 얼굴만 꾸몄는데 선생님께서 플라타너스 잎으로 상체를 만드셨다. 역시 선생님의 손길이 가니 작품(?)이 더욱 생생해졌다.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사람얼굴들’이 특색있고 예뻤다. 그냥 길에 두기에 아까울 만큼. 그러고 보니 모두에게 숨겨진 예술감이 있는 것 같았다.
자리를 옮겨 계수나무, 은행나무, 대왕참나무, 느티나무 등 길가에 있는 나무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가죽나무와 단풍나무의 씨앗을 보여주시면서 식물의 생김새는 모두 이유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란 선생님 말씀이 와 닿는다.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메타세콰이어 씨앗이 입술을 다문 모양으로 이루어진 신기한 모습도 처음으로 보고, 화살나무의 코르크층이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는 것, 그리고 무궁화의 씨앗을 보면서 깃봉 모양을 발견하면서 후문 학생회관 근처 나무의자로 이동해서는 1기분들을 뵙게 되었다. 아직 낮선 얼굴이지만 공통의 것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의 예감.. 앞으로 배우고 함께 갈 사람들이란 느낌..
이어서 자연물 패션쇼를 시작했다. 종이를 접어 사람의 옷 모양으로 한 면을 오린 후, 오려낸 종이 뒷면에 나뭇잎을 대면 사람이 멋진 옷을 입은 것이 되었다.
나는 벗꽃잎 바탕에 메타세콰이어 잎을 덧대었는데 문양이 독특하여 생각지 않은 다른 분들과 선생님의 찬사를 받게 되어 몹시 기뻤다. 평소에는 감각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나의 굳었던 감성도 꿈틀거리게 하는가 보다.
패션쇼 후에는 땅에 둥근 원을 그리고 피자 모양으로 나누어서 각 칸을 비슷한 색깔의 자연물로 채우는 놀이를 했는데 결과물을 보고서 매우 놀랐다.
분홍색 꽃잎, 누런 나뭇잎, 회색 돌들, 갈색 나뭇가지들, 그리고 푸른 나뭇잎들 등.. 자연속에 매우 다양한 색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자모양의 각 칸을 채운 자연물의 다양한 색들이 어울리면서 얼마나 아름답던지.. 정말 놀라웠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놀이가 끝나고 선생님은 이번에는 나무가 아니라 풀을 그리라고 하셨다. 죽은 것에는 그림자가 있어야하고, 살아있는 것에는 흙을 그려야한다는 말씀과 함께.. 모두들 흩어져서 그림을 그렸는데 박세이님이시던가,
나무앞의 풀을 그리기 위해 배를 깔고 그림을 그리던 모습에서 열정이 느껴졌었다.
수업 끝나는 시간에 모여서 선생님이 준비하신 줄에 그림을 모아달고 감상을 하였는데.. 와~ 어떤 분의 그림은 깔끔한 삽화 같기도 했고, 또 어떤 분은 질경이였나.. 흙과 조화를 이루었다. 5회의 수업이 끝나는 순간에 이미 우리는 각자가 자연을 손으로, 마음으로 담을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 내었다는 것이 기적같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적어도 나에게는 그 순간 기적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처음 이 생태드로잉 수업을 시작할 때, 1기분들이 황선생님과 자연물을 그리는 모습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나도 과정을 마치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라는 의심으로 수업을 시작했는데, 한 회 한 회 선생님의 수업으로 내가 조금씩 발전해 왔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기적이다.
준비와 진행 내내 꼼꼼히 안내해주시고 물도 떠다주시면서 과정을 함께 해주신 허승은 선생님께 고맙고, 내 안에서 기적을 이루어주신 황경택 선생님과, 그 경험을 함께 한 모든 분들이 고맙다. 그리고 ‘나 자신’이 아주 아주 대견하다~.
풀을 그리라고 했을 때, 나는 분홍 줄기를 가진 조그만 풀을 그렸다.
그리고 그림 옆에 이렇게 적었다. “오랜 망설임 끝에 너의 분홍 줄기가 내 마음에 들어왔단다. 난 원래 분홍을 좋아했거든. 예쁜 모습으로 이곳에서 나를 기다려 준거지.. 너와 나의 만남. 그러고 보니 너는 바로 나인 것 같구나. 낮은 곳이지만 꼿꼿하게 서서 계절을 견디는 너처럼.. 나도 힘내서 살아갈게. 고마워~”
글- 생태드로잉수강생 이혜선님/ 사진-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