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과 일상의실천의 만남, 그 비하인드 스토리 대공개

2013.11.22 | 행사/교육/공지

녹색연합과 일상의실천의 만남, 그 비하인드 스토리 대공개

프로필

1. 지인의 소개

‘녹색희망(녹색연합 소식지) 디자인 새롭게 해보고 싶으면, 아예 전문 디자이너를 만나보는 게 어때요? 주변에 실력 좋고 시민단체와 일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녹색희망의 개편을 고민하던 2011년 가을, 소복이님(당시 녹색희망 그림코너 ‘소복이의 그린세상’ 작가)이 눈이 번쩍 띄는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이야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라는 생각에 아무도 거부감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당시만 해도 ‘내용만 좋다면 굳이 좋은 디자인이 필요할까?’ 라는 의견이 팽배하던 분위기였다. 어색하게 만나서 첫인사를 하던 그때가 바로 어제처럼 선명한데 지금 그들은 마치 ‘녹색연합 전담 디자이너’처럼 거의 대부분의 출판·인쇄물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그런 <일상의실천; 권준호, 김어진, 김경철>을 오랜만에, 업무를 나누기 위해 만난 것이 아닌, 인터뷰를 위해 만났다.

2. 천천히 알아가는 사이

녹색연합 (이하 녹색) : 녹색연합과는 언제부터 인연이 시작된 거예요?

일상의실천 (이하 일상) : <일상의 실천>의 전신격인 <핸드프린트> 시절 시작됐어요. 당시 함께 <핸드프린트>라는 디자인스튜디오를 꾸려가던 김경철과 김어진은 시민단체와 일하고 싶지만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알고 지내던 만화가 소복이의 소개로 녹색연합을 만나게 되고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었죠. 녹색희망의 개편(1-1,1-2)과정이 진행되던 과정 중에 연례보고서를 공식적인 결과물로 제일 먼저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2)

녹색 : 처음 연례보고서를 받고 나서의 활동가들 반응이 생각나요. ‘우리가 이렇게 글을 잘 썼어?’, ‘우리 책 맞아?’ 등의. 내용이야 전과 별로 다를 게 없을지 몰라도 디자인의 힘을 처음 느꼈다고나 할까요? 그 후 계속 다양한 작업을 함께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디자인의 관점에서 녹색연합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상 : 처음 함께 했을 때보다는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넓어졌다고 분명히 생각을 해요. 하지만 저희는 여전히 더 원하는 것이 많아요. 기획 초반부터 협업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녹색 : 그게 가능하세요? 저희는 완성된 기획과 텍스트를 주고 내용을 설명해드리는 방법에 익숙해져있어요. 거친 상태부터 같이 잡아가는 걸 생각해보면 그게 더 디자이너를 수고스럽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미안하기도 하고.

일상 : 완성된 텍스트를 받은 후 디자인을 하기보다는 처음부터 함께 고민하고 싶어요. 일종의 ‘아트 디렉터’같은 느낌으로요. 캠페인을 예로 든다면 <일상의실천>에서는 캠페인하고 싶은 주제를 대중들에게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보면서 초기 기획을 잡아갈 수 있는 거지요. 지난번에 디자인 했던 사육곰 캠페인을 예로 들어볼게요. 저희가 의뢰받았던 거는 ‘손가락 도장을 찍어서 다 찍으면 반달가슴곰이 완성되는 포스터(3)를 만들어달라’는 거였어요. 이미 기획이 다 끝난 걸 만드는 건 쉽지만, 저희도 시민참여가 가능한 사육곰 캠페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아쉽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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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더 가까워지기 위한 신경전

녹색 : 예민한 부분이긴 한데 기획부터 함께 하게 된다면 기획비 문제라든가 그런 것들이 걸려있을 거 같아요. 물론 <일상의실천>에서는 지금도 많은 부분들을 금전적인 욕심 없이 (ㅎㅎ) 해주시고 있긴 하지만 ‘재능기부’라는 명목 하에 그냥 막 도와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고요. 그렇다고 기획비랍시고 따로 비용을 책정해본 경험도 없고요.

일상 : 그런 부분도 있죠. 저희 쪽에서 먼저 기획부터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기획비를 책정해달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하자고 해놓고 돈 달라고 하는 것’처럼 비칠 소지도 있고요. 단체는 함께 하고 싶어도 금전적 여유는 없고.

녹색 : 가끔 완성된 텍스트를 디자이너에게 맡길 때 이런 기분이 들어요. 좀 과장이긴 하지만. ‘자, 내용을 줬으니 내가 원하는 방향을 맞춰봐!’ 그리고 디자인이 나오면, ‘내 생각 이거 아닌데? 못 맞췄네. 다시!’ 이런 부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초기부터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상 : 분명 디자이너로서의 전문성이 있고, 활동가로서의 전문성이 있잖아요. 전혀 다른 분야에서 교집합을 만들어본다면 더 많은 새로운 것들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요. 이건 서로가 계속 관계를 유지하면서 만들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봐요.

 

4. 서로를 통해 연결되는 또 다른 세상

일상 : 어디 가서 작업물을 보여줄 때 녹색연합 것을 주로 보여주게 돼요.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 작업 하고 있긴 하지만 본격적인 시작을 이곳에서 한 것도 있고, 조금씩 교점을 높여가고 있는 관계기도 하고요. 저희가 녹색연합과의 작업을 알리고 다니는 것이 시민단체랑 일하고 싶어하는 디자이너들에게도 좋은 선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녹색희망을 보고 연락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보고 찾아오시고 연락오는 게 생기니까 정말 감사하죠. 자꾸 알음알음 연락이 오는 걸 보면서 우리도 놀라고 있어요.

녹색 : 혹시 시민단체 활동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많고 많은 것들을 바꾸고 싶어 하시는 게 보여요. 혹시 조금 더 운동적 성격이 강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일상 : <일상의 물건(4)>이라는 이름의 사회적인 가치를 담은 물건이나 개념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작업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노인복지센터와의 시니어프로젝트로 만든 ‘만능 주머니’, 여성환경연대에서 제작한 텀블러 ‘With A Cup’, 노순택작가의 사진집 같은 물건이나 아프리카 난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기부프로젝트 ‘희망을 팝니다’ 같은 개념들을 한 자리에 구축한 온라인 플랫폼인거죠. 여기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들은 다시 해당 단체로 기부 또는 후원의 형태로 되돌아가게 되는데 여기에서부터 생색내는 기부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기부가 실현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녹색연합의 보고서 작업을 하다 보면, 보고서(5)의 콘텐츠가 너무 좋은데 일반적으로 이런 보고서를 구할 수 있는 통로가 없거든요. 이런 것들을 저희가 만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반인들이 조금 더 손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작게는 녹색연합, 크게는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방향으로 향후에는 저희가 작업하는 다른 시민단체의 보고서 또는 인터뷰집도 함께 판매할 예정입니다.


*일상의물건 웹페이지 가기

5. 다음 사람을 위한 한마디

녹색 : 녹색연합은 언제나 녹색연합과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어요. <일상의실천>은 그런 면에서 녹색연합에겐 보석같은 친구죠. 든든한 지원군이자 친구로서, 녹색연합에게 다가오기를 머뭇거리는 예비 친구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일상 : 처음엔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까지 많은 편은 아니었어요. 녹색연합이 해왔던 이야기나 바라보는 지향점이 더 나은 가치에 있기 때문에 지지했던 것이죠. 다른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기본적인 가치에 동의를 한다면 누구나 충분히 녹색연합과 친구가 될 수 있고,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고, 더 나은 환경을 위한 행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 다음에 또 만나요!

일상 : 녹색연합과의 협업은 일상의 실천에게 많은 의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동의하는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작업해 나갈 수 있는 관계를 맺기란 쉬운 기회가 아니기 때문이죠.

궁극적으로 일상의 실천은 녹색연합이 사람들에게 건강한 목소리를 내고자 할 때 ‘디자인’이라는 도구로 온전하게 그리고 왜곡되지 않게 그것을 전달하는 협업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의실천 페이스북 페이지

 

*off-the-record

녹색 : 인터뷰 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그런데 요즘 시민단체 아닌 곳들이랑은 작업 안 해요?

일상 : 점점 줄더니 요즘은 잘 안 들어와요.

녹색 : 아….

일상 : 잘 됐죠 뭐

 

글 : 상상공작소 신지선

*

↑(1-1)녹색희망 1차 개편 당시의 디자인이다. 매번 다른 컨셉으로 신선함을 주었다.

↑(1-2)개편이 끝난 녹색희망 최근 디자인. 판형과 제호까지 모두 바꾸어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2)녹색연합 연례보고서

↑(3)곰사육 반대를 위한 캠페인 포스터

↑(4)일상의 물건 웹페이지

↑(5)녹색연합과 함께 진행했던 다양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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