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생태철학4강 : 채식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 ‘호르크하이머의 도구적 이성과 육식문명’

2013.12.05 | 행사/교육/공지

호르크하이머의 도구적 이성과 육식문명

네번째 시간에는 호르크하이머의 도구적 이성과 육식문명이라는 제목으로 강좌가 진행되었습니다. 문을 여는 질문은 “채식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였는데 저는 아무런 대답도 못했습니다.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던 게 아니라 많은 이미지들이 오가며 머리를 복잡하게 했는데 그 중심에는 죄책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 죄책감이 향하고 있는 대상은 내 밥상 위에 놓인 얼마 전까지 살아 있던 생명체가 아니라 자본주의와 소비사회 한가운데에 사회적으로 가지게 되는 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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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토끼, 거위, 오리 등의 동물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방한(?)용 털을 제공하는지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 알았습니다. 살아있는 그들이 털과 가죽을 뽑힐 때 질러대는 비명소리를 들으면서도 저는 그 죄책감을 덜기 위해 털을 뽑는 사람의 감성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물리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동물을 주어진 상황에 반응을 하는 자동기계로 보고 있으며 고기, 가죽, 젖 등을 제공하는 하나의 상품으로 도구화하며 지배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TV 등 미디어를 통해 동물을 간접적으로 보고 접시 위 고기, 버거 패티, 소시지 등의 변형된 형태로 직접 만납니다. 그래서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생태계 속 구성원인 동물을 먹는다고 착각하지만 실제 고기가 된 동물은 비정상적으로 태어나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나며 제 수명의 30%도 못 살고 규격화된 덩어리가 되는 공장식 축산으로 엄청나게 길러집니다.

동물에 대한 지배는 인간에 대한 지배로 확대됩니다.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는 방식은 통치자들이 대중을 대하는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아 소수인 강자의 욕구 충족을 위해 다수인 약자의 희생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는 폭력적이 되고 획일화되어 갑니다. 원래 동물원이나 우리는 동물들 대신 인간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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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보들이 사람들에게 노출되면서 생명의 존엄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식단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Meat Free Monday 등 부분 채식, 완전 채식, 방목된 가축만 먹는 육식 등이 그것입니다. 대부분 수강생들은 생존본능을 위한 도구화 자체보다 더 많은 욕심과 향락을 위한 공장식 축산으로 대표되는 동물에 대한 비윤리성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동물복지가 고려된 농가의 고기 정도는 먹어야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고기에서 제공하는 영양소가 필수적인지 여부를 알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의사들의 모임인 베지닥터는 건강을 위한 채식을 전파하고 육류식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데 연구 결과를 뒷받침 할 데이터가 충분히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이목구비를 가진 동물에 대한 복지만 주장하는 게 진정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과실을 먹는 행위는 그 후손까지 몰살시킨다고 얘기합니다. 채식이 완전한 방법이라기 보다 채식의 시도가 생명에 대한 반성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약자 및 소수를 존중하고 보이지 않는 그들의 삶까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글 : 장미 | 철학속의 생태읽기 수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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