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감각 깨우기 워크숍] 3탄 막걸리 만들기
비오는 날에는 노릇노릇 구워진 파전과 함께 구수한 막걸리 생각이 절로 나지요? 저는 얼마 전 텃밭에서 고구마 캐면서 먹은 족발과 막걸리 맛이나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어느덧 손 감각 깨우기 워크숍이 악기와 파우치를 만들고 마지막 시간이 되었습니다. 세 번의 워크숍 중 가장 많은 참가자와 막걸리처럼 구수하고 선한 강사님과 함께 막걸리 재료와 만드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막걸리를 빚어보았습니다.
막걸리 빚기 준비물&과정
먼저 꼬두밥을 만들려면 준비된 찹쌀이 깨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흐르는 물에 백번을 씻어줍니다. 이를 백세 씻기라고 하는데요. 팀을 나눠서 서로 돌아가며 수십 번 씻어내면 어느 순간부터 뽀얀 쌀뜨물이 사라지고 투명하게 됩니다. 이렇게 백세 씻기가 끝난 찹쌀을 찜통에 넣고 꼬두밥을 찝니다.
기다리는 동안 선생님께서 미리 준비해서 식힌 찹쌀에 생수와 누룩을 섞는 작업을 합니다. 이때 찹쌀이 으깨지지 않도록 골고루 잘~ 섞다보면 손에 풀 묻은 듯이 찐득하게 변합니다. 양이 많다보니 치대는 작업이 힘이 많이 들었지만 손에 쫀득쫀득한 감각이 느껴지면서 맛있는 막걸리가 탄생할 것 같아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누룩과 꼬두밥을 치댄 것을 미리 소독해 둔 항아리에 옮겨 담습니다. 옮겨 담을 때는 항아리 입구 주위에 흘리지 않도록 유의해서 잘 옮겨 담고서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망으로 입구를 잘 덮고 뚜껑을 닫아주어야 합니다. 이제 항아리를 이불로 감아 따뜻한 곳에 두면 2~3주 뒤에 막걸리가 완성! 짠! 참 쉽죠? ㅎ
저희가 만든 막걸리의 항아리에는 막걸리가 맛있게 빚어질 수 있도록 참가자들의 소원과 후기가 담긴 종이를 붙이고 이불 대신 침낭에 넣어 녹색연합 사무실의 어딘가 따뜻한 곳에 보관해두었습니다.
실은 저뿐만 아니라 몇몇 분들께서 수업 전에 막걸리를 빚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줄 알고 선생님께 바로 먹을 수 있는지 질문했다가 2~3주 숙성시켜야한다고 다음을 기약하셔서 허탕 친 기분이 들었는데요. 막걸리 선생님께서 이 기분을 아셨는지 직접 담그신 막걸리에서 추출한 청주를 한 병 꺼내주셔서 이내 사무실 안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직접 담근 막걸리를 바로 마시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수강생님께서 가져오신 고구마와 청주를 홀짝홀짝 다 마셔버렸습니다. 열심히 막걸리를 만들다가 잠시 쉬어가며 마신 청주 한 잔에 그간 쌓여있던 피로들이 사르르~ 녹아내리네요~
이번 녹색아카데미 손 감각 깨우기 워크숍은 나무판자와 병뚜껑을 활용한 악기, 폐현수막은 예쁜 파우치로 변신, 노곤한 몸에 활력을 불어주는 막걸리까지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매시간 낯선 사람들과 모여 만들기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만들기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완성 후의 기쁨을 공유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손 감각을 최대한 활용해 만든 작품들은 어설프지만 다양한 감정들이 녹아 들어 그 가치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자 여러분들도 일주일 내내 두드리던 키보드 자판과 스마트폰은 내려놓고 집 안에 그리고 재활용품 통에 잠들어 있는 폐품과 헌 옷을 꺼내 나만의 악기와 파우치를, 연말에 가족, 친구들과 모여 앉아 함께 마실 막걸리를 한 번 만들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글 : 박승원(손감각깨우기워크샵 장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