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기름 유출, 태안 사고의 ‘6가지 교훈’ 적용해야

2014.02.06 | 행사/교육/공지

2007년 태안 삼성 기름유출사고의 부실한 정부대응이 여수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설날 아침, 기름유출사고가 여수에서 또 다시 발생했다. 1995년 여수 금오열도의 소리도 앞바다 씨프린스 기름유출사고를 겪은 이후 20년 만이다.

그림 - 여수상황도해양수산부는 2014년 1월 31일 09시 35분 경 “여수 원유 2부두로 진입 중이던 싱가폴 유조선 우이산(WU YI SAN)호가 항해부주의(추정)로 원유이송 송유관을 파손시켜 송유관 내부에 있던 기름이 해상으로 유출”되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원유 등 약 164㎘가 유출되고, “사고 지점으로부터 5~6km 해안에 부분적으로 기름 부착, 사고 지점 북서쪽 묘도 일원 및 남쪽 오동도 해상까지 부분 오염”되었다(2014.02.04., 해양수산부 홈페이지 발표 자료).

사고가 발생한 전남 여수시 낙포동 원유부두는 광양만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위치해 있다. 북쪽으로는 광양만, 동서쪽으로 남해군과 여수시로 막혀있는 커다란 만(gulf)의 형태이다. 광양만 안쪽으로는 광양국가산업단지, 여수국가산업단지 등 석유화학단지, 제철소, 원료부두 등이 밀집해 있다. 낙포동 원유부두 아래쪽 오동도 해상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이며, 여수 남단의 돌산도 일부와 금오열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구역이다.
사고 해역의 동서쪽 남해군과 여수군 어촌마을은 톳, 미역, 바지락 등 각종 어패류를 양식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2007년 태안 앞바다 5마일 해상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 기름유출사고’를 현장에서 기록한 바 있다. 당시의 생생한 기억에 비춰 이번 여수 기름유출사고 대응 과정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몇 가지 쟁점을 정리한다.

첫째, 섣부른 자신감과 안일한 예측은 사고를 키운다.

해양수산부는 여수 기름유출 “사고 직후 송유관 밸브차단 완료(오전 10:30)하였으며, 선박으로부터의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해경청의 현장 육안확인 결과 원유 약 10㎘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인명피해는 없다고 밝혔다(2014. 1. 31, 해양수산부 페이스북). 그러나 사고 발생 3일이 지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실재 유출량은 164㎘로 초기 유출 추정치보다 16배 높고, 기름띠는 여수 오동도를 지나 남단의 국동항까지 영향을 미치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 사고와 비교해 볼 수 있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기름유출 사고 방제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2007년 사고가 1995년 씨프린스 사고와 달리 수월한 방제 조건에 있다는 점과 겨울철 낮은 온도의 영향으로 원유의 응고력이 높아 해안선까지 이동 속도가 느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의 방제 예측, 한국해양연구원의 유출유 확산 예측은 모두 실패했다. 2007년 사고 당일 저녁, 녹색연합은 학암포, 구례포, 신두리, 구름포, 의항리, 천리포, 만리포, 모항, 파도리 등 태안군 서해안 전 해역이 기름으로 초토화된 현장을 목격했다. 태안군 주민들은 흡착포는 물론 기본적인 방제용품도 없이 기름 재앙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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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정부의 발표와 달리 사고 당일 밤 벌써 태안 전 해안가가 기름으로 뒤덮였다.
정부는 해상 방제에만 집중하면서 해안가 방제를 방치했고 주민들의 방제물품 지원요청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둘째, 기름유출 사고의 사각지대, 맞춤식 해안 방제가 필요하다.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 사고 당일, 태안군 의항리를 비롯한 지역주민들은 갯벌의 기름띠를 확인하고 흡착포 등 방제 장비를 요청했으나 즉시 지급되지 않았다. 사고 하루 지난 12월 8일 오전 7시까지 피해마을 어느 곳도 방제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고 기름 재앙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 해양수산부는 해상 방제에 집중하면서 해안 방제를 방치했고, 그마나 해안 방제도 만리포 등 유명 관광지에 집중되었다. 사고 발생 후 상황실과 현장 연락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현장 상황의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면서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해안 방제 대응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1995년 씨프린스 사고 때도 지적된 내용이다. 씨프린스 사고 백서를 보면, 해안 방제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해안특성에 맞는 방제기법 적용, 과잉방제 주의, 해안환경 및 생태계 2차 오염 유의, 지역방제실행계획 등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획일적인 방제 방식이 아니라 상황에 적합한 맞춤식 방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방제작업으로 발생한 폐기물 처리 문제도 주의해야 한다. 수거된 폐흡착제 등 유류폐기물은 해양환경관리법에 따라 즉각 처리되어야 한다.

셋째, 규격에 맞는 방제용품을 지급하고, 조속한 보건관리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나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이 여수 신덕마을의 사고 현장을 찾았다. 윤 장관은 주민들과의 대화 도중 유류의 독한 냄새 때문에 코를 막는 행동을 했다고 한다. 이는 당연하고 본능적인 행동이다. 방제현장 곳곳에서 방제참여자들은 호흡기 통증, 메스꺼움과 구토, 두통, 현기증, 전신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주민, 공무원, 군인 등 방제 작업의 일선에 있는 작업자들에게는 반드시 방제교육과 함께 규격에 맞는 방제용품을 지급해야 한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방제 현장의 건강 모니터링, 지역주민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모니터링과 치료 등 종합적인 보건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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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태안에선 지역주민, 공무원, 군인들이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방제작업에 참여해 유독한 휘발성 물질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현재 여수 사고 방제작업 과정에서도 이는 되풀이 되고 있다.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 사고 1주일 뒤, 녹색연합은 고려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와 공동으로 방제참여자들에 대한 원유의 인체영향을 조사한 바 있다. 당시 결과에 따르면, 조사자의 97.2%가 안전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되었고, 조사자의 55%는 원유에 직접 노출되었다. 또한 조사자의 3%만 보호안경을 착용해 방제참여자들의 안구 피해가 우려되었다. 방제당국은 방제참여자에 대한 인적사항도 확보하지 않은 채 이들을 현장에 투입하였다. 2007년 12월 16일 대한의사협회는 “해양에서 대규모 원유 오염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는 헥산과 벤젠, 톨루엔 등 휘발성 탄화수소류가 대기 중으로 휘발하면서 급성호흡 자극과 반복 노출에 의한 두통, 현기증, 피부자극 등이 우려된다”며 오염방제활동 참여자의 건강을 위한 대국민 권고안을 내놓기도 하였다.

넷째, 유처리제 50%가 생태계 잔류,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여수 기름유출 사고 처리를 위해 사용하는 유처리제의 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안 방제와 해상 방제를 위한 유처리제 사용지침을 수립, 준수해야 한다. 유처리제는 자체 성분이 매우 복잡한데다 제조업체가 성분의 조성을 비밀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유처리제는 암반이나 갯벌 등의 해안지역 기름 제거에 사용되어도 무방하지만, 해수 중에서는 기름을 수중으로 분산시킴으로써 생물에 악영향을 미쳐 가급적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유처리제의 회수율은 20%에 불과하며, 20~30%는 증발, 50%는 생태계에 잔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 사고 당시에도 유처리제 사용에 따른 오일볼과 타르덩어리 등이 모항, 안면도 등에서 발견되었다. 2007년 12월 16일, 해양수산부 전문가 회의에서는 타르덩어리가 해양생물에 부착되거나 해수에 녹으면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유처리제에 의한 2차 오염이 발생하며, 해양생태계에 무시하지 못할 악영향이 있다고 인정하였다. 지역 어민들은 유처리제의 2차 오염문제를 이유로 사용 중단을 요청했지만, 297㎘의 유처리제를 사용했다. 1995년 씨프린스 사고 때는 179㎘의 유처리제를 해상에 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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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유출된 기름을 흡입하고 있다.
이렇게 흡입된 기름통이 현장에 그대로 남아 2차오염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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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피해주민과 정부, 지자체가 힘을 합쳐 객관적인 피해액 산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1992년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의 배상매뉴얼에 따르면, 피해 배상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기름방제와 예방조치 비용, 기름유출로 인한 직·간접적인 재산 피해,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한 마켓팅 비용, 환경피해로 인한 합리적인 복구 비용, 주민건강 피해와 생태계 복원을 위한 조사비용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피해 배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각종 피해와 기회 비용에 사용된 객관적인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다. 1995년 씨프린스 사고 당시, IOPC펀드에 요청한 금액은 736억 원이지만 방제비용을 포함해 502억 원의 피해 배상 밖에 받지 못했다.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 사고로 충남, 전북, 전남 피해주민들이 신고한 피해액은 4조2271억 원이지만, IOPC는 피해신고액의 4%인 1824억 원으로 산정했다.

피해 배상을 위한 정확한 절차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해양수산부는 피해 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사고 지역 각 어촌계를 방문해 피해 배상을 위한 절차와 구비서류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직접 주민피해를 수집해야 한다. 피해 배상에 대한 증명을 온전히 피해주민들에게 미룰 것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고 발 벗고 뛰어야 한다. 물론 이번 여수 기름유출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야 피해 배상의 주체가 확실해질 것이다. 그러나 책임주체가 정해지기 이전이라도 국가는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양생태계 피해에 대한 모니터링과 복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규모 기름유출사고는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우리는 1995년과 2007년의 경험으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겨울철새 등 야생조류 피해, 상괭이 등 해양포유류 폐사, 플랑크톤 및 먹이사슬 1단계 생물 피해로 인한 생태계 먹이사슬의 연쇄적 타격, 갯벌과 연안 지역의 저서생물 피해와 생태계 변화 등 피해가 광범위하고 복원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1995년 씨프린스 사고 후 한국해양연구원의 환경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사고 해역인 여수 소리도 주변 바다 속은 3년간 생물체의 산란이 없었다고 한다. 이번 여수 기름유출 사고 역시, 국가 차원의 해양생태계 피해 현황 모니터링과 복원계획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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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태안 사목 해수욕장에서 발견된 검은 기름을 뒤집어 쓴 상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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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검은 기름을 온몸에 뒤집어 쓴 게

이번 여수 사고로 인한 기름 유출량은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의 5,035㎘,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의 12,547㎘에 비하면 적은 양이다. 그러나 사고 해역이 북쪽으로는 광양만, 동서쪽으로는 남해군과 여수시로 막혀있기 때문에 기름오염이 집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고 시점이 사리 물때(음력 1월 1일)와 정확히 겹쳐 오염물질이 빠른 조류를 타고 확산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쪼록 더 이상 피해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글 : 윤상훈(녹색연합 정책팀)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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