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녹색인문학 1강 – 녹색전사가 되자

2014.05.07 | 행사/교육/공지

박영신 선생님과 함께 <녹색시민과 녹색삶>을 이야기하며, 녹색인문학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좌가 시작된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지만, 지구의 날을 이야기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 모두 지금 맞닥뜨린 이 슬픔을 어찌해야 할지, 이 슬픔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생각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강좌를 열기 전 짧은 묵상과 함께, 고정희 님의 시를 읽었습니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 뿌리 깊으면야 /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 캄캄한 밤아라도 하늘 아래선 /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故 고정희

박영신 선생님께선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는 '녹색시민'으로 살자고 여러 번 강조하셨습니다.
총칼로 정권을 잡은 유신 시절 이후, 잘 먹고 잘 살게만 된다면, 잘 먹고 잘 사는 게 국교였던 그 시절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와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물질과 먹고 사는 게 삶의 지평인 곳에선, 새마을 노래를 부르며 만들어진 국민은 일꾼에 불과한 경제동력에 불과한 그래서 시민, 정의, 인권, 평등, 평화와는 무관한 국민, 그 국민은 박정희의 국민이지. 우리가 노래 부르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할 떄의 그 국민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하셨습니다.

녹색시민은 과연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우리가 가야하는 사회인지 묻고 행동해야 한다고, 고민하며 사는 능력을 갖추고 행복인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는 말, 그래서 거대한 상식 앞에, 주류 앞에 경제 일변도의 세상 앞에 대들며 당당하고 살아가야 한다, 저 큰 흐름을 오히려 우습게 알고 헛된 것과 결별하고 사는 시민이어야 한다는 강한 말씀이 왜 우리가 녹색인문학을 하는지에 대한 답으로 오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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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0422 인간의 탐욕과 끝없는 욕망 앞에서 저는 참으로 어리석게 살아왔습니다.
경제성장만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다른 사람처럼 하지 않으면 마치 도태된 사람처럼 취급하는 바람에 제가 저를 갉아먹고 있었습니다.잔뜩 움크리고 있었던 마음에 자연은 저에게 많은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자연의 만물들은 오롯이 자신의 삶을 지켜내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책이나 혹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러한 생태적인 것들의 문제점들을 접하게 되었지만 무언의 갈증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녹색인문학을 통해 인문학적인 소양과 실질적으로 삶속에서 자연과 사람이 하나라는 것에 대해서 선생님들을 통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접하고 싶은 마음에 수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수업은 박영신 선생님의 ‘녹색시민과 녹색 삶’을 주제로 시작되었습니다. 생태적인 것에 있어서 시대적 배경부터 자연과 사람은 밀접한 관계 속에서 함께 자라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사람은 경제일꾼으로써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면 능력있는 것으로 의식되어버린 것에 문제가 있으며 그러한 것들로 인해서 생태적으로 파괴되어 가고 있다는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속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연은 병들어가고 있고 사람들은 자기 안에 갇혀서 살아가면서 시민은 없고 경제일꾼으로만 남아있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경제성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본질은 찾을 수 없게 되었고 자본주의 사회에 틀에 맞혀서 살아왔다는 것에 부끄러웠습니다. 시민으로서 그동안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고, 지레 겁을 먹고 세상과 맞서면서 살지 못했던 지난날들의 시간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습니다. 녹색시민으로서 산다는 것은 사회에 문제들에 대해 직면하고, 자신의 삶 속에서 전사가 되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수업을 듣고 나니 생각이 연속해 확장되고, 머리가 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동안 시민으로서 살아왔다는 것 보다는 혼자만 생각하고 경제속도에 맞춰서 급급했던 모습과 욕심만 내고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매체를 통해 접한 것만 믿고 무지하게 살았던 제 자신을 반성하는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습니다. 옳고 그름을 바르게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녹색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 정 마리아

박영신 교수님의 녹색인문학 강의는 도입 발제로서 녹색운동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하셨는 바, 노교수님으로서 연륜과 인생 철학의 깊이가 느껴질 수 있는 품격 높은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을 일치 시키지 못하고 말만 잘하는 사람들이 흔한 요즘의 세태에서는 흔치 않은 교수님의 지행합일 자세를 느낄 수 있는 강의였다고 본다. 곁가지로 말씀하신 건물 없는 교회 활동 말씀은 교수님의 사고나 행동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참신하고 존경할 만한 활동이라고 여겨진다. – 안병학

박영신교수님의 이야기는 힘있고 우리의 역사와 현재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교수님의 녹색전사에 맞는 패션(초록도틈늬 넥타이, 연두색양말, 연두빛이 감도는 베이지 양복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이연화

존경하는 박영신 선생님을 만나면, 마음 속으로, 선생님이 우리를 좀 위로해 주시겠지 했다.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따뜻한 말을 해 주시길 바랬다. 하지만, 선생님께선 냉정하게, 전사가 되길 주문하셨다. 이 세상 소풍갔다 왔다고 말하는 시인이 되지 말고, 이 살벌한 싸움터에서 잘 싸우고 왔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자, 하셨다. 여전히 박정희의 의식세계에서, 박정희의 국민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꾼인 국민, 노예인 국민 말고 저 허상을 허상인줄 모르고 으스대는 이들을 우습게 여기고 거대한 주류의 흐름을 넘어, 대들며 사는, 당당한 시민이 되자 하셨다. 녹색전사가 되라 하셨다. – 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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