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엄마와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 그리고 곤충을 누구보다도 더 좋아해주는 아버지. 작은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상대적으로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지요. 작년 이맘때에도 진서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찾아냈던 게 바로 녹색연합어요. 올해도 녹색순례를 가려했으나 제 체력이 못되는 관계로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그 덕분에 생태드로잉을 신청하게 되었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작은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만들어보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생기니까요. 전 벌레가 끔찍해서 싫었는데 아이는 벌레를 워낙 좋아하니까 대부분 채집은 아버지하고 다니게 되거든요. 게다가 곤충은 아무때나 볼 수 있는게 아니라서 그 시기가 지나면 일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게 많거든요. 그러다보니 바쁜 제 일정과 맞추기가 힘들어요.
그림과 친해지고 자연과 친해지기 위한 생태드로잉이기보다는 저는 작은 아이와 함께 자연과 함께 배려를 배워가는 생태적 드로잉을 하고 싶었어요.
작은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지요.
"엄마랑 같이 생태 드로잉 그리러 갈래? 너 곤충 좋아하니까 사진으로 찍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건 마치 나더러 곤충을 그리라고 하는 것 같은데?"
하며 작은아이는 퉁명스럽게 말하더군요.
"엄마랑 같이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 엄마랑 자연물 그리면 좋을 것 같아서. 아버지랑은 곤충을 잡으러 다니고 집에 와서 표본하고 하면서 많이 이야기도 하지만 엄마랑은 함께하는 시간이 없잖아."
아이는 그렇게 제 손에 이끌려 함께 그림을 그리러 오게 되었어요.
속으로는 '제가 싫다고 하면 어쩌지? 그럼 둘째만 집에 두고 또 나 혼자 그림을 그리러 다녀야하나?'하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괜히 아이를 못 살게 구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수업시간에 10분 정도 늦어서 강의실에 도착했어요. 이미 강의는 시작을 했었구요. 선생님은 참 귀여우신 분이었어요. 첫인상은 그렇게 안보였는데 생각보다 재치가 넘치셔서 아이가 좋아해 하기 시작했어요.
속으로는 '제가 싫다고 하면 어쩌지? 그럼 둘째만 집에 두고 또 나 혼자 그림을 그리러 다녀야하나?'하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괜히 아이를 못 살게 구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수업시간에 10분 정도 늦어서 강의실에 도착했어요. 이미 강의는 시작을 했었구요. 선생님은 참 귀여우신 분이었어요. 첫인상은 그렇게 안보였는데 생각보다 재치가 넘치셔서 아이가 좋아해 하기 시작했어요.
각자의 소개를 시작으로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그림과는 전혀 다른 영역에 계신 분들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찾아오셨어요. 그렇게 많은 분들이 자연물 그림을 그려보려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어요. 제가 그림을 그려보려는 것은 지금부터 차근차근 한 20년만 그려보려는 아주 야무진 꿈을 꾼 것인데요. 글쎄요. 그건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멋진 그림보다는 텃밭에서 소박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수업은 1.펜과 친해지기-선그리기로 시작했습니다. 발도르프교육에서 포르맨이라는 선그리기를 하는 게 있습니다. 여러가지 모양의 선들을 마음을 담아서 그리는 것인데요. 여러가지 면으로 활용이 가능한 교육방법 중의 하나이기도 하지요. 첫번째 단계는 그 포르맨의 선그리기의 1단계를 경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가져간 스케치북은 포르맨을 하던 스케치북이었거든요. 그리고 선생님이 강조를 하시더군요.
나를 속이지마라 – 잘그리는 척 할 필요없다는 것이지요. 못그려도 되거든요. 손을 그리는데 스케치북 보지말고 그리라고 했는데 굳이 실눈뜨면 자신을 속이는게 되겠지요.
앞서 가지마 – 시키는 것만이라도 잘하면 되는데 그보다 먼저 앞서가는 것에 대한 지적이었습니다.
즐겨라 – 못 그려도 괜찮습니다. 그냥 그대로 즐기면 됩니다.
두번째 코너로 선생님은 각자의 얼굴 그리기를 제안하셨어요. 참 세상에 태어나서 제 얼굴을 그리는데 왜 그렇게 쑥스러워던지….
2. 나 그리기.
자신을 그리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보니 매일같이 거울을 보지만 참 제모습 같지 않습니다. 그림을 다 그린 후 선생님은 아랫쪽에 말풍선을 넣어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나는 그림을 못 그린다. 라고 쓰라고 하시더군요. 머리 위쪽에는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고 써 넣으라고 하셨습니다. 일종의 퍼포먼스인것 같았어요. 앞으로 어떡해 변하게 될지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관찰력이 매우 중요하고 말씀하시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내시더군요.
3-1 관찰력 기르기
모나리자의 배경이 있을까?
모나리자는 왼쪽을 보고있다?
모나리자는 오른쪽을 보고있다?
전 모나리자를 본 적이 없었나봅니다. 한 문제정도 맞췄나?
3-2 소지품 내어 기억하기
다음으로 진행한 것은 각자의 소지품을 내어 보자기에 싼 후 일정 시간 동안 보자기에 있는 소지품들을 관찰합니다. 서로 어떤 물건을 내었는지 다 알지 못합니다.
전 여기에서 거의 맞추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관념의 그림 그리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은 내 소지품 그리기였습니다. 보자기에 싸여진 자기의 소지품을 보지 않고 그리기입니다. 그 다음에 바로 그 소지품을 찾은 후 다시 자세히 그리는 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제 소지품을 그린다는 것 조차도 힘든일이더군요. 항상 가지고 다니던 것이었는데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3-3 내 소지품 그리기
3-4 내소지품 보고 다시 그리기
결론은 정확히 보고 그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소지품을 모두 다 기억해야 하는 건 힘든일이지요.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에는 자세히 보면서 그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고 그려야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자세히 보면서 그려야 잘 그릴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4. 보고 그려야한다.
5. 안 틀리고 그리는방법-선 따서그리기
그림을 틀리지 않고 잘 그리는 방법은 선을 따서 그리는 방법이지만 선생님께서는 외관선 한붓그리기를 먼저 추천하셨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에도 펜을 사용하여 지우개로 지우면서 그리지 않게요. 이것이 외곽선 한붓그리기인데요.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음으로 선생님은 스케치북을 보지 않고 다른 손을 그려보라고 하셔습니다.
6. 쓰지않는 손 그리기
스케치북을 보고 싶은 마음이 솔직히 굴뚝같았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놈이 꿋꿋이 스케치북을 보지 않고 아무런 거리낌없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 자신의 손을 너무나 잘 그리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봤습니다.
7. 보고 그리되 자신있는 곳까지만 그린다.
첫 수업은 좀 길긴 했지만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구요.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오늘 수업 어땠어?"
"생각보다 재미있었어."
"그려봐도 좋을 것 같아?"
"응."
덕분에 작은 아이과 할 수 있는 게 하나 생겼습니다. 올해가 지나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을 지 모르지만.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함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도 다른 그림이 아닌 생태드로잉을 그리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워 질 것 같습니다. 생태라는 말이 가진 의미처럼 그 유기적인 관계를 끄집어내어 나와 우리 모두가 함께 느낄 수 있는, 함께 가꾸어 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도 될 것 같습니다.
글 : 유주연(생태드로잉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