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민강좌 1강 – 시민의 가치, 시민의 무게

2015.10.15 | 행사/교육/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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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2일 녹색교육센터에서 ‘시민’이라는 주제로 녹색시민강좌가 열렸습니다. 박영신 이사장님과 녹색연합 활동가 분들, 직장인, 대학생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시민’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높이에서 눈을 맞추고, 사람 대 사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한 분위기라 금세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우리’ 시민들이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현상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두 개의 축으로 ‘가족주의(유사가족주의)’와 ‘경제주의(경제우선주의)’를 꼽으며,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치판의 ‘우리가 남이가?’, 기업의 ‘가족 같은 분위기’ 등으로 대표될 수 있는 가족주의의 사례와 그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부작용들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거치며 가족주의를 빙자한 조직문화가 조직의 편의를 위해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침해하고 있는지, 이러한 부당함에 대해 개인들은 얼마나 침묵하고 있는지, 침묵을 깬 자에게 쏟아지는 동료들의 질타는 얼마나 아픈 것인지 마음으로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1960년대 이후, 국가적 이데올로기로 등장한 경제주의로 인해 민주주의를 비롯한 얼마나 다양하고 소중한 가치들이 터부시되고, 등한시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경제주의의 등장으로 개인은 단지 하나, 둘, 수치로 표현될 수 있는 노동력 중 하나로 전락하게 되었고, 노동력 하나의 가치는 있지만 ‘사람 한 명’의 가치는 없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목소리는 ‘배부른 소리’로 치부되고, 사회적 혼란을 조장한다는 오명을 쓰며 ‘천덕꾸러기’로 여겨지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간다고 여겨지는 가족주의와 경제주의가 ‘우리’ 시민의 삶을 이끌어가기는커녕 우리의 시민다운 삶을 방해하고 있으며, 시민 없는 사회를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우리 시민들이 없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미 만연한 가족주의와 경제주의 체제 속에서 올바른 ‘시민’으로 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 체제에 대한 ‘저항정신’과 ‘미움 받을 용기’라는 이야기에 마음이 동하는 것도 시민 없는 삶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삶은 어떠했는지’, ‘나의 삶은 얼마나 치열하게 저항해보았는지’, ‘저항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등등 여러 가지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문득, 세상을 바르게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고, 타인의 신음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귀를 막고,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입을 막으며 성장해온 국가에서, 제대로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목소리를 내는 ‘시민’으로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참된 의미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좌를 마치고나서, 흔하게 접해온 ‘시민’이라는 단어의 가치를 그동안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가치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무거운 무게를 견뎌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시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기 보다는 ‘살아내고 있다’는 한 활동가 분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지금은, 아직도 여전히 밤입니다.

글 / 구본식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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