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2009년 2월 14일 연 <녹색연합 2009년도 총회>의 ‘여는 말’로 제가 써 읽은 것입니다.>
—————————————————————————————————
<<2009년 총회를 열면서>>
–‘녹색다움’을 다시 다지고자–
녹색의 뜻과 얼을 귀히 여기는 녹색연합의 사람들이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녹색연합의 일을 두고 생각을 나누고 생각을 모으고자 총회 날로 모였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각오를 가슴에 안고 여기에 왔습니다. ‘녹색’이라는 말을 들먹이면서 실상은 녹색의 뜻을 거스르는 거짓된 녹색의 소리가 요란한 이 시대에, 우리는 녹색의 참 뜻을 새삼 확인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모였습니다. 생태계를 마구 훼손하는 그 못된 짓을 뻔뻔스럽게도 ‘녹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작태가 자행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는 녹색의 깊은 얼과 뜻을 지킨다는 굳은 결의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이것은 ‘녹색다움’을 표상하는 녹색 책임의 발로입니다.
이 책임은 생태계 안에서 살아가는 자라면 누구나 져야 함에도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내동댕이쳐지고 있습니다. 오직 눈앞의 이익에 혈안이 된 사람들이 저지를 수 있는 무책임한 행태입니다. 우리는 이 무책임의 시대에 녹색 책임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길이 험하다는 것도 이 길이 좁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길이 옳은 길이요 참 길이라는 것을 믿기에 우리는 이 녹색 책임의 길을 함께 걷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길에서 녹색의 빛이고자 합니다. 탐욕에 이끌려 광란하는 저 어두운 사이비 ‘녹색’ 세력의 정체를 녹색의 빛으로 밝히고자 하며, 절제를 잃어버린 저 칙칙한 무한 성장과 개발의 우상을 녹색의 빛으로 허물어뜨리고자 합니다.
녹색의 빛은 바깥 어둠만을 비추지 않습니다. 그 빛은 안도 비춥니다. 우리 안으로도 들어와 우리의 안도 비춥니다. 저쪽도 비추고 이쪽도 비춥니다. 그 빛은 보수도 비추고 진보도 비춥니다. 그 빛은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어디나 비춥니다. 권력이 있는 곳에 짙게 깔린 어둠을 비추고 돈이 있는 곳에 널리 번지는 어둠도 비춥니다. 그 빛은 행정부의 어두움도 비추고 기업의 어두움도 비춥니다. 아니, 그 빛은 시민 사회와 시민 운동에 도사린 어두움도 비춥니다. 빛은 우리를 예외로 삼지 않습니다. 그것이 빛의 생명이고 빛의 힘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 빛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치켜들었다고 하는 빛을 제대로 비추고 있는지 스스로 새김질합니다. 녹색 생명을 위해 무엇을 했으며 얼마만큼 했으며 어떻게 했는지 그 빛을 우리를 향해 비춥니다. ‘녹색’의 이름을 내걸고는 회색의 개발과 성장으로 나아가는 저곳과 마찬가지로 이곳 녹색연합도 그 빛을 피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과연 조직의 이기성과 편의성으로부터 자유로웠는지, 운동의 강령보다 운동 조직의 이익을 앞세우지는 않았는지, 운동의 깃발 밑에 자기 편익을 구하지는 않았는지, 그 빛으로 우리를 비춥니다. 하여, 오늘은 우리가 그 빛 앞에 무릎을 꿇고 우리의 모자람을 살피는 날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내일을 그립니다. 새 일을 세우고 새 일꾼도 뽑습니다. 때마다 치르는 행사에 멈추지 않고 녹색다움을 다지고자 함입니다. 녹색의 얼과 뜻을 지키고 일구기 위해 우리 함께 그 빛 높이 들고 서로 빛이 되어 녹색다움을 함께 부추길 수 있기 바랍니다.
박 영신 (녹색연합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