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식탁: 채식은 처음입니다만> 집담회 후기

2021.12.20 | 행사/교육/공지

기후위기 시대, 우리의 ‘식탁’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산업 기반과 생활 양식 전반을 빠르게 대전환해야 하는 시점에서 먹거리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12/7(화) 열린 <기후위기 시대의 식탁: 채식은 처음입니다만> 집담회에서 참석한 시민들은 활동가, 전문의, 비건 셰프 이야기 손님 3명의 강의를 듣고, 소그룹으로 나뉘어 먹거리 전환을 위해 나와 내가 속한 작은 사회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참여자 분들의 후기를 살펴보세요!

<기후위기 시대의 식탁: 채식은 처음입니다만> 집담회 참여자 박혜원님이 후기로 함께해주셨어요. 고맙습니다.

채식이 처음인 사람 뿐만 아니라 이미 고민해본 적이 있는 사람 모두에게 의미 있는 강의였습니다. 첫 번째 시간에는 육식에 대해서 단순히 탄소 배출과 숫자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기후위기에 뒤따르는 인권과 정의에 대한 이야기로 시야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강연에서는 채식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세계는 어떤 것일까 큰 그림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채식이 올바르다는 것에 대한 근거와 확신도 얻고,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채식을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천년식향 셰프님의 시간은 예상 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답을 찾으려 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질문과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의견에 다양함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다양함이 내 안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고깃집이 다양하듯이 채식 식당도 그만큼 다양해지고 이에 대한 담론이 더 많아지길 바라게 됩니다.

채식과 관련해서 아직까지도 안일하게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경각심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몇 십년 전 한탄하고 늦었다 생각했던 기후 위기 문제들이 지금 더 심각한 현실로 다가와 슬프기도 했습니다. 완벽한 것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돈, 시간, 맛, 정의 등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완전한 선을 추구하게 되면서 생기는 불행한 고민의 고리를 끊기 위해 채식이 상식이 되고, 탄소발자국에 대한 비용을 부과하는 것 같이 여러 해결책들이 제안되고 실현되면 좋겠습니다.

채식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으로 단순히 나눌 수 없으며, 이렇게 채식에 대한 어려움이 있고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집담회를 통해 채식에 대해 응원을 받고 동지애를 느꼈습니다. 긴 시간이었지만 또 매우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식탁: 채식은 처음입니다만> 집담회 참여자 서희선님이 후기를 보내주셨어요. 고맙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채식은 지극히 자연스러우며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사람이 지구를 공격했고 그 결과로 지구가 다시 사람을 공격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녹색연합 활동가님의 환경에 관한 따끔한 이야기들 잘 들었습니다. 이의철 선생님이 의사로서 축산업을 반대하고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강한 메세지에서 에너지를 얻었고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천년식향 대표님의 이야기에서는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한 접시의 요리를 향한 뜨거운 마음을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강의만 듣는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즐겁고 재밌는 채식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중에 대인 관계에서 식사가 빠질 수 없고 그 때마다 채식하는 저로 인해 불편해지는 상황이 곤란합니다. 사실 어느 메뉴든 동물성을 제외하거나 동물성이 메인인 메뉴를 채식 식재료로 대체가 가능한데, 그것에 대해 카페나 식당 대표님들께 건의할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속한 지역 비건 모임에서 함께 할 예정이기도 하고 혼자서 하고 싶기도 합니다. 저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시간 관계상 더 길고 깊게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집담회를 채식에 관한 주제로 할 얘기가 많은 유명인들을 초대하여 계속 이어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식탁: 채식은 처음입니다만> 집담회 참여자 이야기꾼님이 후기 글을 보내주셨어요. 고맙습니다.

저는 50대 초반의 가족들 밥 만하고 지내는 말 그대로 아줌마입니다. 가족들 밥만 짓는 아줌마로만 지내다가 참 오랜만에 세상과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한 시간 거리로 외출을 나갈 줄 알았는데 줌으로의 외출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줌으로 카메라 앞에 비추고 보는 일은 익숙지가 않아서 쑥스럽기도, 또한 워낙 컴맹인지라 무얼 하나 잘못 누르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길까 봐 조심스럽고 조마조마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기후 환경이라는 주제는 살림하는 주부라면 장바구니 물가에서 충분히 피부에 와 닿는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기본 식자재값은 물론 물건의 질이나 양도 예전 같지가 않지요. 예전에는 겨울철 딸기 먹는 게 참 죄스러웠는데, 언젠가부터는 아예 내놓고 제철 과일이라고 부르더군요. 소비자도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참외는 봄에 먹는 과일이 되었고 토마토 오이 가지 깻잎은 계절에 상관없이 주변에 널려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계절 과일도 채소도 아예 모릅니다. 그게 당연한 세상이 되었지요. 

길에선 본 어르신이 그러더군요. 좋은 세상이라고. 한 집 건너 정육점이 있습니다. 커피집만큼 많은 게 정육점입니다. 불편한 현실이지만 중국집보다 더 흔한 돈가스 음식점들도 우리의 현실이 된 지 한참이지요. 팬데믹 시대 일주일을 살고 나면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는 정말 차고 넘쳐납니다. 5인 가족 기준 1주에 20L 쓰레기 봉지를 채웁니다. 기후위기를 장보기를 통해 체감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습관을 반복하는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일상에서의 시민운동에 대해 관심이 많던 저는 결혼 후 녹색연합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환경과 먹거리 문제를 실천하는데 열정적이었고 특히 육아하면서 그 실천력들은 아주 강한 힘으로 작용했지요. 기후위기에 관한 이번 강의가 시민단체 활동가, 의사, 요리사 세 분의 활동 체험과 논문 연구 자료들을 중심으로 외국의 사례들을 소개로 강의가 이루어졌는데, 솔직히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예전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런 강의나 다큐멘터리 전문 서적 등을 통해 얻은 지식, 그 가치 중심으로 접근했었습니다. 위기의식이나 실천에 관한 힘이 역동적이었죠. 그런 가치 지향적인 제 태도가 선택권이 없는 아이에겐 폭력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입니다. 현실과 어미는 너무나 상반된 가치로 혼란스러운 아이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런 시행착오의 시간을 오랫동안 거치면서 정보의 양이나 질보다는 이제 실천하는 태도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지요.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선진국의 사례들도 충격이었지요.

우리나라 아이들 학교식단을 보면 날마다 고기에 튀김 치즈가 기본재료이고, 밥도 맨밥이 아니고 이미 무언가고 치장을 한 밥, 그리고 볶은 튀김의 고기와 치즈, 5찬 정도로 식판이 빽빽하지만 그마저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잔반을 남기거나 거의 안먹고 버리기 일수랍니다. 대체,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소비하기 위해 먹는 것인지…

선택지가 너무 많아진 시대인데 어쩌면 선택지는 형편없이 더 좁아진 듯합니다. 맛은 단짠, 아니면 매운맛. 식재료는 고기, 음식의 색깔은 빨간색 일색입니다. 음식은 모두가 단맛이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테죠. 요리사분은 비건 음식점을 운영하시면서 딜레마에 빠진다고 말씀하셨지요. 한정된 재료와 고가의 재료들로 대중성까지 확보하기는 힘이 들겠지요. 

저는 이런 모든 문제점을 한 개인이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인식의 전환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학교도 음식점도 방송도 유트브 채널도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아이들의 식단을 개선할 생각도 의지도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할 수 있습니다. 주부니까요. 하지만 당장 채식으로 식단을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음식을 꼭 화려하게 여러 찬을 놓고 먹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바꿀 수 있습니다. 음식은 화려한 양념으로 맛을 낸다는 생각을 바꿔야 하고요. 제철 식재료와 노지의 식재료는 양보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 서구의 식재료로 차려내고 먹어야 고급지다는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간결하게 치장을 덜 하고 차려내는 음식들을 먹다 보면 그 재료의 진가를 알 수 있지요.

하루아침에 축산업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고기를 덜 먹고 아껴먹는 습관은 노력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가공식품을 지양하고 가급적이면 단짠 지향의 시중 음식보다는 담백한 내 손 음식으로 먼저 바꾸는 습관. 주 1회 육류 그렇게 하다 보면 한 달에 한 번, 그렇게 자연스럽게 육류보다는 채식으로, 소박한 밥상이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요?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는 없겠지만, 각자의 방식 대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게 지구를 잠시 빌어쓰고 사는 세입자의 의무가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상의 무기력을 경험하고 있던 터에, 이런 강의를 듣고, 또 참석자들 간 소회를 나눌 수 있어 작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자본 제일주의로 치닫는 도시에서 생명권 환경적 가치를 지향하며 사는 것은 무척 외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 가치가 지속적인 실천을 바탕으로 지켜낼 수 있다면 결국 연대의 힘은 필수가 아닐까요? 외롭고 지칠 때 손잡고 당겨주고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줄 수 있는 그런 지속적인 역할을 우리 모두에게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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