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만난 2008년 천번째 아름다운 지구인, 이재복 회원

2008.12.16 | 행사/교육/공지

도로에서 만난 2008년 천번째 아름다운 지구인,
오얏 자두 향기 나는 사람 이재복

2007년 10월 풀뿌리 소액후원 회원을 확대하기 위해서 녹색연합 회원확대팀을 새롭게 꾸리고, 대중을 만나러 거리로 나섰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무더운 더위와 비바람 속에서 거리의 시민들이 녹색과 함께해줄 것을 호소했다. 거리에서 흘린 땀방울만큼, 2008년 10월 녹색과 맺은 아름다운 지구인이 천명을 넘어섰다. 풀뿌리 회원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건강한 재정과 활동의 독립성에 대한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그래서, 더 빛나는 의미- 2008년 천번째 아름다운 지구인, 이재복 회원을 만났다.

도로에서 만난 녹색연합

대학 때 토목건축을 전공하고, 졸업이후 17년째 한국도로공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은 현장에서 근무했는데, 토목공사 현장 감독할 때 외부감사 현장방문이 자주 있어요. 현장 감사원들이 한결같이 ‘이 곳 경치가 너무 아름답군요’라고 말하세요. 그런데, 저는 지난 10년 동안 토목 일에만 몰입해 있느라, 현장 주변 환경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본부 환경관리팀에서 환경영향평가 업무를 담당하면서, 토목 인생살이 처음으로 환경, 또 생태라는 가치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눈가리개를 하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 말처럼, 제 인생에서 단 한 가지 일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가리개 밖에 환경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지요. 그 길에서 녹색연합도 만났어요. 대학 졸업이후 개발 일에 종사하고 있는 제게 환경이란 제 인생의 시야를 넓혀준 또 다른 세상입니다. 작은 후원금으로 제가 할 수 없는 일, 제가 하기 어려운 일을 하시는 여러분께 고맙습니다. 녹색연합 2008년 천번째 회원이라니, 영광입니다.

녹색이란 음악이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현대 역사의 격동기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생각도 없이 돌도 던지고, 최루탄도 던져도 보았죠. 그러나, 그것이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인가에 대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가족 분위기 속에서 자라서 대학 입학해서는 음악에 미쳐서 살았어요. 대학 생활 내내 록그룹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청자 한 보루와 라면 한 끼로 배고프지만 행복한 청춘을 보냈죠. 환경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환경운동과 음악에 공통점이 있지 않나 합니다. 밴드활동을 할 때 하나도 같은 녀석들이 없었어요. 제 각자 취향이 너무 달랐죠. 그러나, 음악을 하겠다는 그 열정, 하나는 같았어요. 환경운동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서로 다르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맞추며 살기 마련이지요. 환경관리팀에서 일하게 되면서 개발이란 무엇인가, 환경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환경운동가의 관점에서처럼 환경을 절대 보전해야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도로공사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보존을 빙자하여 개발하거나, 절대 개발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밀고 당기는 소통 속에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사회운동도 환경운동도 일방적인 방법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과 눈높이를 맞추어 가며 소통하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환경단체의 회계부정과 관련하여서, 이번 사건을 건강한 재정운영과 사회단체의 독립성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최근 사태가 마녀사냥 하듯이 시민사회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환경과 개발, 타원형의 두 축과 같다

어제 어떤 분과 이야기하던 중에 타원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되었어요. 원은 하나의 점에서 동일한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이고, 중심축이 하나입니다. 그러나, 타원은 서로 다른 두개의 선을 더한 합의 값이 같은 점들의 집합이지요. 그래서, 타원은 두개의 중심축으로 이루어집니다. 서로의 축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지만, 두 축은 반드시 만나야 하고, 반드시 합을 이룹니다. 환경과 개발의 관계도, 서로 다른 가치관의 관계도, 우리 인생살이도 그러하지 않을까요. 이 넓고 광활한 우주 속에서 작은 움직임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개발이든, 환경이든 절대 한 축만 존재하는 세상은 없을 겁니다. 서로 만나면서 싸우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웃기도하고 울기도하면서 합을 이룰 것입니다. 저도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이 순간 또 다른 시선으로 녹색을 살아가는 2008년 천번째 아름다운 지구인, 이재복 – 음악이 그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것처럼, 녹색이 그의 인생 길에 가슴 설레이는 또 다른 동무가 되기를 바란다.

※ 녹색연합 도로대응활동 활동가의 권유로 녹색연합과 인연이된 이재복 회원은 (공교롭게도?) 한국도로공사에서 17년째 근무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강원도 원주에 살고 있다.

글, 사진 : 최은애·신영은 (녹색연합 시민참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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