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봄밤, 천연색 데이트’ 김영은 회원

2009.04.30 | 행사/교육/공지

최근 녹색연합에서 가장 잘나가는 회원모임이라 하면 두말 않고 “채식모임-베지투스”를 꼽을 수 있다.
생활필수품 만들기, 채식식사, 그리고 대형 프로젝트인 채식안내서 만들기 모임 등 매주 그 주제를 달리하여 모임을 갖고 각종 행사에도 참여하는 마당발 회원모임 베지투스. 5월 회원 인터뷰에서는 녹색인 수칙 그 세 번째 “육식을 줄이고 음식을 절제한다”를 주제로 베지투스 회원 김영은님을 만나 구수하고 푸짐한 산채음식과 향기로운 차, 그리고 쌍문동 산책길을 거닐며 봄밤 속의 데이트를 즐겨 보았다.

그녀의 직업은 늘 진행 중

조각가, 요리디자이너(푸드스타일리스트), 그리고 재무설계상담가. 김영은님의 대략 잡은 프로필이다. 이 밖에도 인터넷 회사 기획실 근무, 미술치료사 등 관심 가진 일은 반드시 끝장(?)을 보는 그녀의 대충 나열된 직업들이 얼핏 들어도 상식적이진 않으니, 그녀는 아마도 재밌고 특이한 열정의 소유자이리라.

조각가에서 재무설계 상담가라면 좀 생뚱맞기도 한데…

“도서관에서 재무설계에 대한 책을 읽고, 단편적인 방법만 나열하는 기존의 재테크 책들과는 다르다는 신선함에 끌려 저자의 회사를 직접 찾아가 보았는데, 어쩌다 교육받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밤잠과 주말까지 반납하며 올인하고 있는 현재의 재무설계상담 일을 비롯한 혜화동 전통가옥 조각작업실이나 각종 사회활동 이력들을 듣노라면 그녀의 도전정신과 열정들에 인터뷰하는 나 자신이 작게 느껴지기까지 했으니…. 아무튼 참 부러운 사람이다.

채식은 언제부터 그리고 베지투스와의 인연은

2003년이던가… 오래 전이라 꼬집어 기억할 순 없지만, 요리일을 하며 우리가 먹는 것들 그리고, 그 과정 면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당시 관심 받기 시작하던 허브, 사찰음식에 접근하면서 자연스럽게 채식에 눈뜬 듯합니다. 채식을 하면서 육식을 부정하진 않았기 때문에 힘들다거나 어렵다고 여겨지진 않았구요. 그래서인지 사실, 요즘은 채식을 잘 못 지키고 있지요(웃음) 그 당시 후배나 친구들이 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 사회운동을 하고 있어서 저도 단체들과 일을 많이 했고 그러다보니, 베지투스가 만들어질 때도 자연스레 참여하게 된 것 같아요. 초창기 창립멤버이긴 한데, 요즘은 활동이 뜸해서 인터뷰하는 게 송구스럽기도 하네요. 사실, 채식은 우리나라 전통음식이고 대대손손, 아주 오랫동안 우리가 먹어온 것들인데 근래의 채식은 대부분 서양에서 유래된 귀족주의 채식들이 많아서 마음이 좀 불편해요. 채식은 그냥 우리의 아주 오랜 식습관이고 그것으로 되돌아가자는 것 뿐이지요.
지금 우리가 먹는 소는 옥수수다?

“예전에 우리가 먹던 소는 풀이었는데, 현재 우리가 먹는 소는 전부 옥수수라는 거 아세요?”
아니 현재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이 옥수수일지 모른다고 다시 풀어 주는 그녀의 물음에 난 잠시 머리가 띵해졌다. 하지만 다시 곱씹어 보면, 현대 식산업의 맹점을 꼭 집어 표현한 말인 듯하다. 무조건 양을 늘리기 위해 옥수수로 대량 공급하는 사료들 속에 우리는 자연의 제대로 된 다양성을 섭취하지 못하고, 옥수수가 만들어낸 부산물들을 섭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근본주의자로 살고 싶다는 그녀에게 녹색이란

과자를 늘 입에 달고 사는 친구를 보며 패스트푸드는 채식일까 고민한다는 그녀에게 채식을 포함한 모든 화두는 끝없는 탐구와 고민의 대상인 것 같다. 그녀는 감히 녹색은 녹색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녹색은 총천연색이에요. 자연이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한지 아세요. 녹색을 녹색이라는 한 가지 색에만 가두어 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 틀과 양식에 짜맞추고 다양함을 인정하는 데 어색한 우리 사회에 녹색은 천연색이라 일깨워 주는 김영은님에게서 그녀의 창조정신과 도전의식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

글 : 김영숙 (녹색연합 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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