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립 도시를 꿈꾼다” 김종림 회원

2009.06.04 | 행사/교육/공지

“인터뷰 주제가 ‘단순하고 소박하게 산다’라고요? 사실 항상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하느라 생활이 단순하진 않은데(웃음).” 태양광 발전을 이용해 에너지를 절약하여 방송에도 여러 번 소개됐던 김종림 회원. 노란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와 쌍절곤을 휘둘러 ‘에너지계의 이소룡’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던 유쾌한 그를 이번 달 회원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부수는 것도 줄이고, 에너지도 줄이고
김종림 회원은 오랫동안 건설회사에서 일을 했고, 지금은 건축과 에너지 기기를 만드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옛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기보다는 가능하면 건물을 덜 부수려고 합니다. 새로 짓게 되면 건물이 모두 산업폐기물이 되고 말잖아요. 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부분은 살리고, 기존 자원을 많이 재활용합니다. 또 에너지를 덜 소비하도록 만들려고 노력하지요.” 리모델링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에너지 절약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관심이 절전형 냉난방 기기 개발로 이어졌고, 그의 일상생활 역시 에너지 절약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에어컨을 쓰지 않고 태양광 발전으로 선풍기를 돌려 여름을 납니다. 겨울에는 태양광으로 난방을 하고요. 사실 여름에는 좀 덥고 불편하지만, 약간 덥다 할 정도로 냉방을 하는 게 건강에 좋아요. 겨울에도 추위에 더 잘 견딜 수 있죠. 또 약간의 불편함이 의식을 갖고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소박하게 먹고, 소박하게 산다
늘 집과 회사를 오가며 바쁘게 살기 때문에 그의 생활은 오히려 단순하다고 한다. 평일에는 집과 회사를 오가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놀고 동네 친구들과 축구나 족구 같은 운동을 한다. 일에서도 결과보다는 흐름을 쫓는다. 식사도 단순하게 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포만감이 들 정도로 먹지 않는다고 한다. “과식하는 건 어떤 면에서는 손실이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는 해가 될 수도 있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적절’입니다. 제 아이들에게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음식이에요. 가능하면 채식 위주로 하려고 하지요.” 그런 그도 요즘 중국 출장이 너무 잦아 비행기를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비행기는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교통수단이다. 김종림 회원은 자신이 평소 아낀 에너지를 비행기와 자동차 때문에 모두 까먹는 것 같다면서, 그 때문에라도 에너지 절약에 더 기여할 방법을 연구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진다. 더불어 몸의 에너지도 좀 절약하며 살아야겠다고 한다.

미래를 위해 꾸는 큰 꿈
김종림 회원은 거대한 도시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도시의 미래를 밝게 보지는 않는다. “10년 안에 도시에서 농촌으로 대이동이 이루어질 겁니다. 재생에너지가 완전히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기 전에 화석연료가 고갈될 거예요. 지금 같은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요.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면 사람들이 농촌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는 농촌 에너지 자립도시를 꿈꾸고 있다. 경제와 문화, 교육 등 모든 부문이 결합되어 2만~4만 명 정도가 함께 생활하는 곳. 여러 세대가 정착해서 살면서 에너지와 경제가 자체적으로 해결되는 곳. 거기에서 나오는 하수가 또 다른 오염원이 되지 않는 곳. 그가 만들고자 하는 에너지 자립도시의 모습이다. 2015년부터는 에너지 자립도시 건설에 힘을 쏟고 싶다는 그는, 현재 충북 괴산에 터를 정해 놓고 종종 그곳에 들러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힘을 얻는다고 한다.

녹색연합 가족은 ‘지구 지킴이’
아침 저녁으로 붉게 물들던 노을, 꼴을 베어 소에게 먹이던 기억. 어릴 적 보았던 자연의 모습은 그에게 아직도 생생하다. 초등학교 때까지 섬에서 자란 김종림 회원은 그런 어린 시절이 있었기에 자신이 정서적으로 풍족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생님은 자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뿌린 대로 거두는 자연의 질서, 자연의 풍요로움. 그런 것들을 제 아이들이 느끼고 이해하면 좋겠어요. 그래서 수목원 같은 곳에 자주 데리고 갑니다.”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고 지배하려는 이 시대. 그는 우리가 행하는 이런 일들이 언젠가 분명히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경각심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연합 같은 환경단체 회원이나 활동가들은 ‘지구 지킴이’들이에요. 작은 힘들이 모이면 나중에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옳다고 믿고 지속적으로 해 나가면, 당대가 아니라 후대를 보고 노력하면, 그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겁니다.”

조만간 녹색연합 사무실에도 들러 에너지 절약 난방 비법을 알려 주겠다는 김종림 회원.
그가 꿈꾸는 에너지 자립도시가 지구 곳곳에 만들어질 그 날을 상상해 본다.

글 : 김남희 (녹색연합 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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