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증인4 – 폭염에서 노동자는 어떻게 일할까

2020.01.10 | 기후위기대응

증인4 노동환경안전 활동가 최명선님은 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 노동안전보건실장을 맡고 있다.

저는 민주노총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일하고 있는 최명선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앞서 기후변화와 얽힌 바다 이야기도 하고 사과나무 이야기도 했는데요,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데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고 하루하루 어떻게 감내하고 있는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폭염은 점점 더 온도도 높아지고 일수도 늘어나가고 사망자 예측치도 굉장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속에서 일을 하며 저희 동료들이 쓰러지고 있고 죽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전혀 다른 어떤 집단이 아닙니다. 바로 저의 일이기도 하고 동료, 가족이나 이웃의 일이기도 합니다.

‘폭염’ 하면 가장 많이 생각하시는 게 건설 노동자일 것입니다. 바깥에서 일을 하니까, 옥외에서 일을 하니까 굉장히 폭염에 많이 노출되죠. 그런데 이 폭염으로 인해서 건설노동자가 자꾸 죽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전주, 광주 등에서 20년씩 경력이 된 목수들도 폭염에 추락하거나 콘크리트 타설 작업하면서도 사망하고 그랬습니다. 왜 그럴까요. 건설현장은 일반적인 평균온도보다 보통 5도~7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32도라고 하면 현장은 37도가 됩니다. 우리가 35도다 하면 현장은 42도 입니다. 왜냐하면 건축이라는 것 자체가 철근이라든지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부어 건물을 만드는데 그 자체가 굉장히 온도가 높아요. 저희가 H빔이라고 부르는데, 여름에 78도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알폼(알루미늄 거푸집)이라는 것도 있는데요, 50도까지 올라갑니다. 건설노동자들이 그 뜨거운 위에 올라가서 용접작업을 합니다. 불꽃이 튀는 작업을 하는 것이죠. 철근의 뜨거운 온도, 용접 불꽃의 온도를 다 받아가며 일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체감온도가 굉장히 높은 것이죠. 안전화의 밑창이 다 고무로 되어 있는데 그 위에서 작업을 하면 “쩍-쩍-”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그렇게 안전화 밑창 고무가 녹아 달라붙을 정도로 굉장히 열기가 높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이 폭염에 안전모를 쓴다는 보도도 나오는데요, 폭염에 일하는 노동자들한테 다른 어떤 보호장비가 잘 지급되는 게 아니에요. 안전모 하나를 주는데 현장에서 유심히 보시면 안전모에는 챙도 없어요. 안전모를 쓰면 땀이 막 흘러서 눈을 찌르거든요. 눈이 따끔따끔하고 흐릿해집니다. 그러면 높은 데에서 일을 하다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 아차 하는 순간 추락하는 거예요. 이렇게 사망하는 겁니다. 그러면 이게 온열질환, 폭염에 의한 사망이라고 잡힐까요? 그렇지 않아요. 그냥 추락 사망으로 잡힐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하죠.

실제 현장은 30도쯤 돼도 안전모를 쓰면 안전모 안 온도를 측정해 보면 40도까지 올라갑니다. 올해도 37~38도까지 올라갔잖아요. 그러면 건설현장 자체가 5도가 높으니, 거기에 안전모를 쓰면 노동자들은 머리에 50도짜리 냄비를 얹고 일하는 거예요. 그렇게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장, 폭염 속에서 일을 하는데도 세면장도 없고 휴게시설도 없고 작업중지도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에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 긴팔, 긴 옷을 입고 잠깐 쪽잠을 자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체감온도가 무시무시하게 높은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퇴약볕 아래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건설현장은 폭염 때면 작업중지를 해야 되는데 그동안 한 번도 작업중지가 된 적이 없었어요. 권고만 했었지요. 작년에 처음으로 공공건설현장에 작업중지 권고가 내려졌어요. 7월에 폭염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8월 1일이 되어서야 공공현장에 처음 작업중지가 내려졌습니다. 그때 기온이 39도였습니다. 그러면 현장은 어땠을까요? 46도, 47도가 되어서야 현장에 작업중지가 내려졌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건설노동자 중에서도 또 차별을 받는 노동자가 있습니다. 바로 덤프나 굴삭기를 운전하는 장비 운전자들입니다. 지난해 8월, 냉방장치가 고장이 난 굴삭기를 운전하던 노동자가 일하다 운전석에서 사망했습니다. 이 사람은 154일 중 단 13일만 빼고 계속 일을 했어요. 그런데 이 노동자는 특수노동자라고 해서 3대 보험도 안 됩니다. 실제 법에는 폭염이 오면 건설노동현장에 소금도 주고 물도 주고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휴게공간을 마련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런데 굴삭기 노동자들은 이것조차 적용을 못 받습니다. 건설현장에 가면 목수노동자들에게는 식염, 물을 주지만 장비노동자들에게는 주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장이 오늘날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조선소 노동자, 부산 항만하역 노동자, 인천공항 같은 공항의 지상조업 노동자들 다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소 같은 경우 철판이 70-80도까지 올라가고요, 부산항만은 컨테이너를 옮겨서 컨테이너가 쓰러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묶는 고정작업을 하는데 여기도 다 70-80도가 됩니다. 휴가철이면 비행기 타러 공항에 많이들 가시죠? 공항 활주로 옆에 화물을 옮기고, 활주로를 정비하는 노동자들을 바로 인천항공의 지상조업 노동자라고 합니다. 인천공항도 평균 온도보다 10도씩 높고 화물칸은 2~3도씩 높습니다. 그래서 많이 쓰러지고 사망하게 되는데 휴게시설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년, 재작년에는 방송촬영을 하는 노동자들이 쓰러져서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죠. 폭염이 계속되었는데 하루에 16-18시간씩 5일 동안 계속 촬영을 한 것입니다. 방송 노동자, 조선소 노동자, 건설 노동자 모두 빠듯한 공사기간, 제작기간을 맞춰야 되기 때문에 이러한 강행군을 하고 있고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 우정사업본부에서는 품위유지를 이유로 한여름에도 긴바지를 입게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접하는 분들이 바로 이동 노동자입니다. 배달하시는 분들이고요. 우편물, 집배 노동자분들입니다. 집배 노동자 같은 경우에는 보통 하루 2400통의 우편물을 배달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낮 더위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을 하다 보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지기 때문에 바지가 다 달라붙거든요. 그래서 배달을 하다 계단 같은 것 하나 올라가려 해도 무게가 훨씬 더 가중됩니다. 제대로 올라가지도 못하죠. 그런데 우정사업본부에서는 반바지를 못 입게 합니다. 고객을 만날 때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랍니다. 미국, 영국, 호주는 다 반바지 입고 일하는데 한국의 집배노동자들은 폭염에도 긴바지를 입고 일하고 있어요. 바꿔 달라고 요구해도 수용이 안 되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열대야 속에 일하는 청소 노동자도 있죠. 30도쯤의 열대야가 되면 사실 청소노동자들이 일하는 체감온도는 37도까지 올라갑니다. 특히 폐수처리를 하는 사업장은 저녁 7시가 돼도 현장온도가 50도까지 올라갑니다. 습기, 악취와 같은 고열 속에서 하루에 11시간씩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경비노동자나 청소노동자도 굉장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난여름 경비노동자가 에어컨 없는 사무실에서 쓰러져 사망한 채로 발견된 일도 있었죠. 그 경비실이나 청소노동자들이 일하는 공간에는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환풍기도, 창문도 없는 한 평짜리 휴게실이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일을 하는 것이죠. 여름에 검침하는 노동자들도 굉장히 어렵게 일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800개, 1,000개의 점검을 하고 있거든요. 이 노동자들은 이동하며 일하기 때문에 화장실을 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물도 못 먹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학교 급식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하루에 800명, 큰 학교들은 1,000명씩의 학생들과 직원의 밥과 국을 준비하는 일을 합니다. 엄청 큰 솥에서 밥을 하고 국을 끓이며 일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여름에 부침이나 튀김까지 합니다. 그러면 엄청난 열기에 노출되겠죠. 그래서 그 일을 하다 그 열기 때문에 훅 하고 쓰러져 나가는 노동자도 생깁니다.


▲ 노동자의 휴식을 고려치 않은 비좁은 휴게공간

그래서 노동조합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전에 비해 훨씬 더 폭염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많은 노동자가 쓰러지고 다치고 있습니다. 젊은 노동자들도 인형 탈을 입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쓰러진 경우가 최근에 보도되었습니다. 점점 더 폭염의 위험은 높아지는데 정부 대책은 굉장히 전무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건설노동자들이 겨울을 걱정했습니다. 겨울이 오면 공사를 못해 수입이 없으니까 생계가 걱정이 되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많은 기술들이 개발되어서 겨울에 공사를 합니다. 오히려 폭염이 길어지는데 아무 대책 없이 방치되어서 오히려 폭염을 더 많이 걱정 하고 있습니다. 2005년에 정부 차원의 폭염종합대책이 만들어졌는데 그때 만든 작업중지는 14년째 권고사항입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폭염이 있어도 엄청난 물량을 매일매일 소화해야 되고 빠듯한 공사기간, 빠듯한 제작기간 때문에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여러 건설, 조선 등의 노동자들이 다 하청노동자, 비정규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다 이런 현장의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금의 폭염에 대한 여러 대책들이 일반 기후를 가지고 하는데 그것은 현장과 맞지 않거든요. 외국에서는 주로 더위체감지수라는 것을 가지고 보호대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보호대책이 있습니다.

폭염이 계속 될 때 정말 작업이 중지되고, 사업주들이 예방조치를 하고, 이동을 하는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지자체가 쉼터를 마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급식과 같이 대규모 식당 조리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적어도 여름에는 튀김, 부침을 안 하고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후변화로 인해서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죽어나가는 현 상황에서 정부대책도 필요하지만, 우리 시민 여러분도 이런 생각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도 맛있는 것을 먹었으면 좋겠지만, 조리노동자들이 튀김이나 부침을 하며 쓰러져 나가는 일은 없도록 급식메뉴를 조정할 수 있지 않냐’. 그리고 택배나 퀵을 이용할 때도 너무 더울 때는 주문하지 않고 그 시간 동안은 배달노동자들이 쉴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기후변화로 인해서 계속 쓰러지고 죽어 나가는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대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후변화, 노동자들은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소금꽃이라는 시를 아시나요? 일하다 보면 너무너무 더워서 옷에 하얗게 염전처럼 소금이 다 배어나옵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복에는 올해도 소금꽃이 배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노동자가 흘리는 땀만큼 작업복에 소금꽃이 배어나오고 있는 것이죠.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함께 싸워 나가겠습니다. 폭염 시에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안전, 건강 문제도 함께 느끼고 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9 그린컨퍼런스 연사들의 발표를 발췌하여 정리한 내용입니다.
녹색희망 특별호 269호 <기후변화의 증인들>에서 관련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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